매일신문

[사설] 은행 배만 불리는 개인연금 상품

은행들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노후 자금도 마련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금융 상품이라고 선전하는 개인연금 상품이 가입자에겐 거의 혜택이 없고 은행의 배만 불리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신한 등 10개 은행의 개인연금 상품의 올해 평균 배당률은 2.14%에 불과했다.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3.8%)보다 못한 수익률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한 해의 수익률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 수익률도 다를 바 없다. 5년 평균 배당률은 3.90%로 같은 기간 정기예금 평균 금리(4.5%)를 밑돌았다. 신한은행(4.48%)만이 근사치를 보였을 뿐 나머지 9개 은행 모두 정기예금 금리보다 못했다. 차라리 정기예금을 꾸준히 갱신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소득공제 혜택도 기대만큼 크지 않다. 공제 한도는 400만 원이지만 실제로 환급받는 액수는 소득 수준에 따라 몇만 원에 불과할 수 있다. 게다가 급한 사정으로 중도 해지하면 그간 본 혜택을 죄다 토해내야 한다. 원금 손실은 물론 기타 소득세, 해지 가산세(5년 내 해지)까지 내야 한다. 결국 가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장기 가입을 하거나 아니면 중도 해지로 원금 손실에다 각종 세금까지 덤터기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에 개인연금 상품은 엄청난 수익을 안긴다. 10개 은행의 소득공제 상품 수탁고는 30조 원이 넘는다. 이를 통한 수수료 수익은 무려 2천3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개인연금 상품은 가입자의 노후 준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 준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있다지만 이것만으로 빈곤한 노후를 벗어날 수 없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42%에 불과하다. 연금 수령액이 퇴직 전 소득의 절반도 안 된다는 뜻이다. 개인연금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저조한 운용 실적에 비춰 개인연금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금융 당국은 감언이설을 동원한 은행의 무분별한 개인연금 판매에 제동을 걸고 애초 제시한 기대 수익률을 내지 못한 상품은 원금 보장과 함께 해지 가산세를 물지 않고 해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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