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007 시리즈다. 지금까지 모두 23편이 제작된 이 영화는 전 세계를 무대로 적을 쳐부수는 제임스 본드의 신출귀몰한 액션을 보여준다. 제임스 본드의 소속은 영국 대외정보부인 MI6이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MI6 요원들의 활약상을 전해듣고 소설을 집필했다. 제임스 본드의 모델도 친구였던 월프레드 던더데일(1899~1990)이었다. MI6 파리 지국장을 지낸 던더데일은 매력이 넘치고 미녀와 스포츠카를 사랑했던, 바람둥이 첩보원이었다.
MI6의 첩보 활동은 온통 베일에 가려 있다. 전 세계에서 활발한 첩보 활동을 벌이지만 구체적인 작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 국장을 칭할 때도 정부 관계자와 MI6은 'C'라는 암호명으로 부른다. 지난해 말 존 소어스 국장이 편집인협회에 참석해 공개 연설을 한 것이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1909년 창설 이후 국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0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비밀이 없으면 정보기관도, 특수부대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도 세계 최강으로 불린다.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 납치는 물론 테러와 고문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의 생존이라는 지상 명제를 앞세워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는다. 한때 가장 강력한 우방인 미국의 백악관, 국방부까지 도청해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예전의 방식을 바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요즘 국가정보원의 무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뉴스를 보고 알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보기관은 MI6이나 모사드에 비해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부터 중간 간부까지 함께 바뀌니 제임스 본드 같은 첩보원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아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일부 간부들은 유력 후보에게 접근, 각종 정보와 상대 후보의 약점을 제공하고 자신의 장래를 보장받아 왔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프로페셔널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보다는 역대 정권의 책임이 크다. 과거 중앙정보부의 위세와 횡포를 기억하는 새 집권층이 자신의 입맛대로 정보기관을 주물러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그랬지만 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내년에는 그들을 일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