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코야마의 韓·日 이야기] 끝 그리고 시작

2011년도 일주일 남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평온한 분위기에 감싸인 거리를 걸으면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지난 3월에 갑자기 일어난 대지진과 해일로 일본 센다이에는 모든 빛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절망의 어둠 속에서 몸부림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흥의 빛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고통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앞에는 반드시 행복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것을 배운 1년이었다.

3월 11일 대지진으로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유치원 셔틀버스가 해일에 휘말려 원아 5명이 사망했다. 얼마 전 5명 중 4명의 유족이 유치원 원장을 상대로 2억 7천만 엔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유치원 측이 정보 수집과 적절한 판단을 게을리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버스는 해일을 만난 후 주유소에서 유출된 기름에 붙은 불길에 휩싸여 버스 안에 있던 원아들이 불타 죽었다. 운전사는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지진으로 행방불명이 되었다. 잃어버린 생명에 대한 책임 소재를 대지진의 피해자들끼리 다투는 가슴 아픈 재판이다.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슬픔과 분노를 분출하면서 누군가에게 계속 책임을 추궁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다. 재판 결과가 어떻든 긴 고통에서 해방되어 기쁨과 행복을 다시 되찾기를 바란다.

중학생 시절, 나는 어느 날 저녁 게를 먹고 갑자기 호흡곤란에 빠진 적이 있다. 함께 식사를 하던 가족도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다. 그러나 점점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을 보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그때는 주사와 링거로 목숨을 구했지만, 그때부터 어패류와 콩, 계란, 유제품, 메밀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되었다. 동시에 천식과 아토피에도 시달렸다.

10대 후반, 창창해야 할 나의 미래가 닫히는 듯했다. 내가 왜 이럴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때로는 절망하고 비관했다.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잘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매일 천식 약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알레르기 물질을 조금씩 체내에 주입하며 치료를 계속했다. 몇 년 후, 기적적으로 모든 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찾았다.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은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세상의 누구도 행복하게만 살아갈 수 없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거듭하면서 사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비록 오늘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또 다른 뭔가를 얻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여 언제까지 탄식만 하고 있으면, 거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흐름은 순간이다. 우리가 아무리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해도, 시간은 우리를 비켜서 지나간다. 결국 인간은 시간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배우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실의 고통을 극복한 후에야 비로소 미래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2011년과 이별해야 한다. 지금까지 써온 나의 칼럼도 2011년을 끝으로 일단 종지부를 찍는다. 칼럼을 써온 2년간을 되돌아보고, 한'일 간의 여러 사건들을 회상해 본다. 한'일 간의 역사도 슬픔과 기쁨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년 달력에는 어떤 사건들이 새겨질까. 언젠가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날이 올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희망을 안고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역사를 써가게 될지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까지 칼럼을 읽어주신 한국의 매일신문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요코야마 유카/도호쿠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2년간 한'일 이야기를 써온 요코야마 유카 씨의 뒤를 이어 내년부터는 미야자키 치호(宮崎千穗'36) 씨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미야자키 씨는 2005년부터 2년간 계명대에서 교수 생활을 한 한국을 잘 이해하는 여성 학자이며 현재 나고야에서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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