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자살중학생 학교, 5개월전에도 동일한 사건

당시에도 학교 진상파악 제대로 하지 않아

20일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에서 투신한 중학생 A(13) 군이 다녔던 학교에서 5개월 전에도 2학년 D(13)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해당 학교의 대책부재와 학생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학생이 자살하면 학교가 학생관리 대책을 총체적으로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D양 자살 당시 A군이 가해 친구들로부터 갖은 협박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지만 학교 측은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경찰서와 해당 학교에 따르면 올해 7월 11일 오후 D양은 대구 수성구 신매동 A군이 몸을 던진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D양은 숨지기 전에 절친한 친구가 친구들로부터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다는 편지를 담임 교사에게 보내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담임 교사는 반 학생들을 모두 책상 위에 무릎을 꿇게 한 후 단체 훈계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교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밀고자로 찍혀 큰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D양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 전문가들은 해당 학교가 D양 사건 때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했더라면 A군이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학교는 D양의 편지에서 왕따를 주도했다고 지목된 학생들을 상대로 진상 파악을 하지 않았고 또 학생이 자살할 경우 심층 상담을 통해 주변 학생들의 스트레스 후유증을 조사하도록 돼 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A군 사건에 대해서도 학교 측의 대응은 시늉에 그쳤다. A군은 유서에서 올해 3월 이후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이달 5일에야 A군이 점심을 먹지 않자 이유를 물으며 처음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군이 '다이어트 하느라고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을 밝히지 않아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22일 해당 학교를 방문해 A군의 친한 친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일부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특히 2명은 상세하게 A군이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센터 김건찬 사무총장은 "D양 사건이 발생한 뒤 학생들을 상대로 은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을 했어야 했다. 학교 폭력의 대처 방법이 미숙했다. D양 사건이 있은 후 심리 치료와 예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군 사건까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청도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도 "D양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학교 측이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더 치밀하게 후속 대책을 세웠으면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A군과 D양의 사건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D양 사건이 발생한 뒤 왕따를 시켰다는 부모들과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했고, 일부 학생들은 외부 기관에 상담을 의뢰했으며, D양의 친구는 이후 상당기간 부모와 해외여행을 가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반박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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