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간경변

술 좋아하는 남성, 가슴 커지면 빨리 간 조직검사 해봐야

어떤 원인의 간경변증이든 간세포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나 복부 CT, 간암표지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어떤 원인의 간경변증이든 간세포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나 복부 CT, 간암표지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간이 굳어져 간 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다 보니 간문맥(장과 간 사이의 혈관으로 간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대혈관)압이 증가하고 결국 정맥류(피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 복수(혈액 중 액체 성분의 일부가 혈관벽을 통해 새어나온 것), 혈소판 감소증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만성 B형 간염이 70% 정도로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며, 알코올과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C형 간염이 다음으로 많은 원인을 차지한다.

◆초기엔 진단 어려워

간경변증은 임상적으로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대상 간경변증'과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간 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의식이 나빠지거나 행동의 변화가 생기는 것), 황달이 있는 '비대상 간경변'으로 분류된다. 간경변증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는 대상 간경변이다. 다만 전신 쇠약감, 만성 피로, 식욕 부진, 복부 팽만감 등 별로 특이하지 않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다가 점차 비대상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복수 및 하지부종(몸 아래쪽, 특히 다리가 붓는 증상), 식도와 위 정맥류에 의한 출혈, 간성뇌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가슴 부위에 거미줄 모양의 모세혈관 확장이 생길 수 있고, 남성인 경우 유방이 여성처럼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질 수 있다. 여성인 경우엔 불규칙한 월경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간경변증 확진을 위해서는 간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간 조직을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병원에서 간경변증 진단만을 위해서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복부 초음파 검사 또는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등의 검사에서 결절성 간 표면, 비장 종대(면역물질을 만들고 피를 맑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비장이 정상 크기보다 커지는 것) 등이 나타나거나,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나 위 정맥류가 있으면서 간경변증에 해당하는 증상이 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간경변증의 초기에는 간기능 검사나 일반 혈액검사 소견이 정상인 경우가 많고, 영상검사에서도 전형적인 증상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어렵다.

◆피를 토하거나 검은색 변을 보면 위험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원래의 정상적인 간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발생 원인에 따라 적절히 치료를 할 경우, 어느 정도 간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만성 B형과 C형 간염에 의한 경우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할 경우 간경변증 진행을 억제하고,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초기 간경변증의 경우, 금주와 적절한 영양공급을 하면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다.

간경변증의 합병증으로 먼저 복수와 하지부종이 생길 수 있다. 복수가 발생하면 복수 천자(배에 구멍을 뚫어 복수를 빼내는 것)를 한다. 하루 염분 섭취량이 5g 이하를 유지하도록 저염식을 해야 하며 필요시 이뇨제를 복용해야 한다.

또한 간문맥압이 올라가면 혈액이 식도나 위의 측부혈관을 따라 흐르게 된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를 하면 혈관이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정맥류를 볼 수 있다.

이런 정맥류에서 출혈이 있으면 피를 토하거나 검은색 변을 보게 된다. 정맥류 출혈은 저혈압 및 쇼크를 일으켜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는 약물요법과 함께 내시경으로 혈관을 묶는 결찰요법이 많이 사용된다.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간문맥압을 낮추는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검증 안 된 약이나 민간요법은 금물

장에서 흡수된 독소를 동반한 혈액이 심한 간기능 장애와 정맥류로 간에서 해독이 되지 않고 온몸의 순환계 및 뇌로 유입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중추신경계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의식 변화와 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초기에는 수면 장애와 성격의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점차 진행하면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러 숨질 수도 있다. 이런 간성뇌증은 위장관 출혈, 탈수, 변비, 과량의 단백질 섭취, 감염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다양한 합병증들이 효과적으로 치료되지 않거나 반복되는 경우엔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장병국 교수는 "간경변증에 좋다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성분의 생약제나 민간요법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간에 독성 간염까지 동반돼 심한 경우 급성 간부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질병이 생겨서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엔 반드시 의사에게 간경변증 환자임을 알려서 가능한 한 간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약제를 최소한의 기간 동안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수술을 받거나 이를 뽑는 등의 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혈소판 감소증과 혈액응고인자 감소 탓에 피가 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장병국 교수

##간경변증 환자 사례

배가 늘 꽉 찬 느낌이라 병원가니

배속 복수 뽑아내고 저염식 시작

강만수(가명'53) 씨는 늘 배가 꽉 찬 느낌이 있고 걸을 때 숨이 가빠 병원을 찾았다. 20년 전 만성 B형 간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별다른 검사나 치료를 받지 않았다. 검진 결과, 가슴에 거미줄 모양의 모세혈관 확장이 나타났고, 복부는 상당히 부푼 상태였다. 만성 B형 간염을 앓은데다 복수와 하지부종까지 나타난 것으로 미뤄 간경변증이 의심됐고, 실제로 복부 초음파 검사 및 혈액 검사, 복수 천자를 한 결과 간경변증으로 확진됐다. 상당한 양의 복수를 뽑아낸 뒤 이후 저염식을 하면서 이뇨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현재는 복수가 차거나 호흡곤란을 겪지 않고 생활 중이다.

조운형(가명'65) 씨는 피를 토하고 검은색의 변을 보게 돼 병원을 찾았다. 30년 이상 매일 소주 1병 이상을 마셨다고 했다. 응급 내시경을 한 결과, 식도 정맥류와 출혈이 보였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인한 식도 정맥류 출혈이었다. 지혈을 위해 내시경 결찰술을 했고 이후 출혈은 멈췄으며, 다행히 재출혈도 없었다. 이후 예방을 위해 여러 차례 내시경 결찰술을 받았으며 간문맥압을 낮추는 약제를 복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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