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인생의 마지막 상자 :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기억하라는 메멘토와 죽음이라는 모리를 합쳐서 '죽음을 기억하라'(Remember the Death)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중세 수도사들은 '메멘토 모리'로 아침 인사를 했을 정도다.

나는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를 호스피스 활동과 연결해 새롭게 이야기하고 싶다. 인생을 자기만의 나무 상자에 담아서 차곡차곡 쌓는 작업으로 표현한다면, 가장 마지막 상자는 누구에게나 모리(죽음)라는 상자이다.

그런데 그 상자는 혼자 쌓을 수 없다. 사람은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죽음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저마다 해석이 다른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상자를 아름답게 쌓기 위해서, 즉 웰다잉(well-dying)을 위해서 지상에서 묵어가는 마지막 여관인 호스피스병동에서는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지 안다면 '메멘토 모리'의 참뜻을 알 것 같다.

'죽음과 죽어감'에 익숙하지 못한 현대인이다. 우리는 유언을 하고 숨을 거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죽음을 상상한다. 보통 사람은 바로 임종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저하되고, 소변이 나오지 않는 등등의 죽어감이 있다. 죽어감이 길어짐에 따라 남은 가족은 불안과 초조로 때로는 의료진에게 강력히 항의를 하기도 한다.

'죽어감'이 3주 정도로 길어지면, 환자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거나, 떠나지 못할 만한 지독한 한(恨)이 있다고 해석한다. 사돈의 8촌까지 연락해서 이별 인사를 하게 하기도 한다. 미혼(未婚)인 자식이 있는 경우에는 그가 걱정이 돼 못 떠난다고 해석한다. 남은 사람의 병든 죽음관이 멀쩡한 아름다운 죽음을 병든 죽음으로 만들기도 한다.

나는 호스피스의사로서 죽어감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태어남은 얼핏 보면 같아 보이지만 사람은 다르다. 순조롭게 자연분만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찍 태어나서 인큐베이터 생활부터 하는 아이도 있다. 한 시간 만에 아이를 낳는 산모도 있고, 2, 3일씩 산통을 겪는 산모도 있다. 이렇게 태어남도 다르듯이 죽어감도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환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잘 정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상자를 잘 포장하는 웰다잉은 남은 사람의 역할이 더 크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한 것처럼 인생의 마지막을 잘 포장하면 그 인생은 다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마지막을 포장하는 호스피스는 인간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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