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금융투자의 과도한 홍보를 자제하자

정말 세상의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자기주장을 객관적인 검증 없이, 대중의 보편성 필터링 없이 사적인 공간에서 또는 소수의 동호인끼리 자유롭게 펼치는 정보의 군집적 사유화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좋다. 그 중 하나가 미래를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영원한 숙명의 현실에서 투자원금을 지키기 어려운 금융투자 상품을 과도하게 자랑하고 강권하는 금융회사들의 홍보활동이다. 사실 여기에는 부동산 상품을 광고하는 업체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투자를 권유하고 자금을 모으는 홍보활동들의 노골성은 도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특히 요즘 일부 케이블 방송의 광고 시간은 갈수록 노골적이고 치열해지는 여러 금융투자 상품들의 가입 권유 광고들로 채워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금융회사도 도산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이미 국내의 저축은행 사태나 미국의 저명한 투자은행의 몰락을 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이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가격 변동의 불확실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품이라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공급자들이 생각해도 그 전달은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장치라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각종 공적 연기금도 많이 모이면 좋다는 생각만 가지고 함부로 국민에게 강권할 일만은 아니다. 어차피 국민에게서 그렇게 모은 돈들도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전 세계의 투자 상품에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국민이 참여하고 영원히 존재해야 하는 공적 금융투자일수록 원금을 지키고 후일의 지급을 보장할 수 있는 엄격한 운용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들 기관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가정부터가 무리한 추정이지만.

지난주 국민연금은 베이비 부머들을 위해 5년치 불입금을 한꺼번에 불입하면 기준 기간을 덜 채워도 연금을 준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물론 일정하게 필요한 효과도 예상되지만 한편으로 보기에 따라서는 자금을 일거에 모으려는 의도로 보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이날 이 발표를 한 당국에서 마치 연금을 들지 않으면 빈곤에 처하고 연금에 들면 안정된 노후를 보낼 것 같은 언급을 한 것도 신중치 못한 코멘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또한 미래의 생활비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문제라서 지금 계산하는 연금으로 개인들의 필요한 생활비가 충족될 것이란 예측은 참으로 무리한 추정이다.

국민 각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경제활동에 최선을 다하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가운데, 공공의 연기금이나 개인적인 금융 투자 등의 사회적 장치들이 기초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일부 공무원, 교원, 군인 출신 등이 연금에 의존하여 여생을 전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이제 '100세 인간'을 눈앞에 두고 볼 때 이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이미 보여진 일이지만 올해의 여러 나라 자산시장의 투자성과는 대체로 부진했다. 따지고 보면 인플레나 금융위기, 경기 하락과 같은 시장 전체의 체계적인 위험은 현실적으로 전문투자기관들도 제대로 방어가 되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투자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반인이나 전문가나, 큰돈 가진 사람이나 푼돈을 가진 사람이나 시장 전체에 닥치는 위험은 피하기 어려운 것이 그동안의 금융투자 시장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연기금이나 금융회사가 몸집이 커진다고 해서 위험을 잘 방어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MIT의 사이먼 존슨 같은 학자는 차라리 금융회사들도 언제나 파산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고객을 맞이하도록 하고, 큰 금융회사일수록 작은 업체로 나누어 몸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입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관 분산의 효과라도 보자는 얘기다.

이제 와서 이런 논의를 하게 되는 상황조차 너무 비감하고 장차의 일도 그저 답답할 뿐이다. 다시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고 실물경제가 살아나기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많은 시련과 혼란이 예상되는데, 여기저기에서 돈을 불입해 다시 미래를 준비하라는 관련회사들의 홍보활동이 재연되고 있어서 입맛이 씁쓸하다.

지난 일을 돌아보는 교훈적 시간도 없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다시 유동성을 늘리고 있는데 그동안 위기의 핵심적 요인인 인플레적 상황과 원유 등 상품 가격의 거품은 언제 걷어내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만일 그 시기를 늦추고 계속 돈을 풀고 금융시장의 조기 회복을 시도한다면 그 후 어느 시기에 세계 경제는 모든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는 동반 하락의 충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누구도 투자나 자금을 모으는 일에 지나치게 과신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엄길청/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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