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니치와. 와타시와 나마에와 곽유정데스(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곽유정입니다)."
24일 오후 대구 서구 원대동 제일종합사회복지관. 곽유정(8'동인초 2학년) 양이 무대 위에 올라 또박또박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유정이의 엄마는 일본 니가타 출신이다. 2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유정이는 일본어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밥 먹을 때 숟가락을 쓰지만 일본에서는 젓가락만 사용한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엄마나라 뽐내기 경진대회'에서 유정이와 같이 무대에 선 어린이들은 총 16명. 다문화가정 출신인 아이들은 한국어 대신 일본어와 중국어, 필리핀어, 베트남어 등 엄마나라 말로 자신의 꿈과 엄마나라의 문화를 소개했다.
올해 두 번째인 이번 행사는 제일종합사회복지관과 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엄마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익히면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에서 주최했다.
아이들이 '이중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데는 엄마의 영향이 크다. 무대에 가장 먼저 오른 유정이는 엄마 나카츠카 히나코(37) 씨와 대화할 때 항상 일본어를 쓴다. 집에서는 아빠와 대화할 때도 일본어로 이야기를 한다. 나카츠카 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언어와 친해져야 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족끼리 있을 때는 항상 일본어를 쓴다. 일본어는 한자가 많아서 읽기나 쓰기 공부는 틈날 때마다 가르쳐준다"며 "이제는 유정이가 한국어를 잘해서 나한테 일본어로 가르쳐준다"고 활짝 웃었다.
이처럼 엄마의 노력으로 필리핀어인 '따갈로그'를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아이들도 있다. 김민석(9'성서초 3학년) 군은 이날 필리핀 전통 의상 '바롱'을 입고 따갈로그로 필리핀 열대 과일을 소개했다. 엄마 윌마 라비토리아(49) 씨는 "민석이가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다른 필리핀 문화와 언어에 친숙해졌으면 하는 생각에 내 고향인 필리핀 루손에 아이를 자주 데리고 갔다"며 "집에서 따갈로그를 따로 공부하는 시간은 없지만 민석이가 나와 말할 때는 항상 따갈로그를 쓴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12만6천317명으로 대구에는 4천475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언어 습득이 쉬운 만 12세까지의 다문화가정 자녀는 전체 자녀의 87.66%(3천921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상황을 고려해 대구시교육청과 제일종합사회복지관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엄마의 모국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씨앗열매학교'를 만들었다. 현재 101명의 아이들이 씨앗열매학교에 등록해 도움을 받고 있다.
제일종합사회복지관 고동량 총괄팀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이중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나라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의 관심과 노력에다 사회적 지원"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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