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폭력' 해법은 없나] <상> 결국은 가정교육에서 부터

'밥상머리 교육' 되살리기로 첫단추

대구 한 중학교에서 친구들의 괴롭힘과 관련해 2명이 투신자살하면서 학교 폭력이 우리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가정과 학교의 노력에서부터 학생들의 고민 해소와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맞벌이하는 진모(45) 씨는 최근 중학생 아들의 담임교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아들이 같은 반 친구 3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진 씨가 학교에서 아이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아들은 친구 3명으로부터 '노예놀이'를 가장한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당해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 했고 수업시간에 몰래 교문 밖으로 나가 심부름을 해야만 했다는 것. 폭력과 협박의 강도는 점점 심해져 아들은 학용품은 물론 소지품까지 갖다 바쳐야 했다.

진 씨는 "언젠가부터 아들의 교복과 신발, 가방에 이상한 낙서가 있고 학용품과 문제집 등을 자주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아들의 덤벙대는 성격에서 비롯됐거나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일어난 것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괴롭힘 끝에 최근 숨진 중학생 A(13) 군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 문제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가정의 '밥상머리'에서부터 배려와 양보심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교 폭력의 원인은 가정

치킨집을 운영하는 강모(44'대구시 율하동) 씨는 중 3인 아들과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다.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탓에 아들의 얼굴을 보기도 쉽지 않다. "아침에 아들 밥 차려 줄 때를 빼곤 하루종일 아들 얼굴을 볼 수 없다. 대화도 아침에 몇 마디 나누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강 씨는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하지 않아 학교에서 혹시 '왕따'나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하루 벌이에 급급한 서민들이 자식 농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개인적인 기질에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 과잉보호, 가정 내 폭력 및 대화 단절 등을 꼽고 있다.

대구생명의 전화 자살예방센터가 최근 실시한 '2011 대구 지역 청소년 자살 실태 조사'를 보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가정 불화를 꼽았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석하면 가정 문제에서 비롯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학교와 청소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40) 씨는 "고등학교 1학년 아이와 서먹서먹한 관계가 된 지 오래됐다"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화도 내고, 매질도 했는데 그게 아이 마음에 깊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이의 미니홈피에 우연히 들어가 봤더니 '부모'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쌓인 것에 대해 험담과 욕설로 도배해놨고 그게 나와 아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단번에 알겠더라"고 후회했다.

대구 한 사립학교 교장은 "학교 폭력이 이 지경까지 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것도 큰 원인이다. 부모야말로 자녀 교육에 대한 일차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마음 담은 '눈높이 대화'를

청소년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과 청소년 문제 예방을 위해선 먼저 부모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구아동청소년상담센터 황정향 원장은 "우리나라 가정은 부모의 권위주의가 뿌리 깊다. 자녀에게 화를 내고 자녀 탓으로 돌리는 강압적인 대화 방식이 만연돼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사소한 얘기라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자녀에게 눈높이를 맞춰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괜찮다'거나 '몰라요'라고 얘기하면 실제 괜찮은 게 아닌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문혜선 상담실장은 "미국은 학교에서 학부모를 정기적으로 불러 성적, 희망, 인성 등에 대해 상담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수시로 학교 측과 자녀 문제를 두고 상담해야만 가정과 학교에서 자녀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이지민 교수(가족주거학과)는 "부모는 아이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힘이 돼 준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학교 폭력이 발생한 후에는 가해 또는 피해 학생이 겁에 질려 부모들에게 얘기하기 힘들다. 부모와 아이 간 의사소통의 채널이 열려 있어야만 청소년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환'황희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