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도 영원히 남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작품을 만들고 있지요."
미술을 전공한 적이 없다. 누군가로부터 배운 적도 없다. 하지만 홍정근 씨의 삶은 오로지 예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20년 이상 혼자 연구하며 그 기법을 개발해온 은입사 상감공예 개인전을 처음으로 열고 있다. 갤러리 오늘에서 2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그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은입사 상감공예 작품 11점이 놓여 있다.
"처음엔 목공예로 시작했어요. 그 후 뼈, 뿔, 새부리, 새발톱, 보석원석, 조개 등으로 작품을 하다가 은입사 상감공예를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혼자 연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도 가능했죠."
은입사의 역사는 청동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은 덩어리를 주물로 떠서 얇게 펴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실 형태로 뽑아낸다. 금속에 가느다란 틈을 내고 은사를 박아 넣는 것이 은입사다. 힘든 작업인데다 경제성이 없으니 은입사 기법을 계승하고 있는 이들은 전국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홍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좀 더 다양한 표현을 위해 물방울 상감, 입체적인 상감 기법 등을 홀로 개발했다.
"상감에 대한 한 역사를 썼다고 자부합니다. 은입사는 회화적인 매력은 있지만 그 표현이 단조롭지요. 좀 더 많은 표현을 하기 위해서 물방울 상감과 부조 상감을 하리라 마음먹었어요. 그 기법을 만들어내느라 온갖 시도를 다 했죠."
물방울 모양을 내고 싶어 오랫동안 연구했다. 은사 사이에 물방울 모양의 결정을 만들어 붙이는 작업에 성공했다. 작은 다완 하나를 만드는 데 2년 이상이 걸렸다. 아직 미완성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부조상감은 은을 박아넣은 후 일일이 조각한 결과다.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최소 2, 3년이 걸리는 이유다.
그는 방천시장 내에 있는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는다. 오후에 작업을 시작하면 새벽까지 이어진다. "작품에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어요. 저는 주로 음악과 오페라, 무용 공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의 은입사 상감 작품에는 이야기가 풍부하다. 도끼에는 인고의 세월을 말해주는 탑들이 있고, 작가를 대변하는 물고기들이 오간다. 오랜 세월 노력한 결과가 꽃이 피고, 그 꽃은 마침내 별이 된다.
그는 오랫동안 기도하듯 이 작업에 몰두해왔다. 생계는 건축일, 배관일 등을 통해 해결한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는 작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의 꿈은 더 높고, 먼 곳을 향하고 있다.
그는 첫 개인전을 앞두고 국내 박물관에 작품 프로필을 보냈다. 언젠가 세계적인 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되기를 소망한다.
"인생 100년을 산다고 해도, 찰나에 불과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최고 중에 최고가 되고 싶어요." 053)425-684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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