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교가 겨울방학을 맞으면서 학생들이 모처럼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가 긴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학부모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새 학기를 맞을 때쯤 자녀가 한층 성장한 모습을 꿈꾸지만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 겨울방학을 허투루 보내기 십상이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학원 순례'를 떠나 밖으로 시선을 넓혀보자. 방학은 학교에서 하기 힘든 현장체험학습에 좋은 기회다. 자녀와 함께 일정을 짜 떠나거나 캠프에 참가시켜 유익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특히 방학 캠프는 자녀가 낯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다. 겨울방학 청소년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과 이번 겨울방학 동안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지 소개한다.
◆자녀와의 체험학습, 어떻게 할까
"놀기만 하는 게 전부라면 아쉽죠. 추억도 쌓고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주부 이미희(43'대구시 수성구) 씨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중학교 1학년 큰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을 위해 체험학습을 가볼까 궁리 중이다. 지난해 큰아들만 해외 영어캠프에 4주 정도 보낸 경험이 있어 이번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작정이다. 일단 한 번에 3, 4일씩 두 차례 정도 경북 지역의 전통한옥마을을 둘러볼 마음은 먹었는데 구체적인 일정은 짜지 못했다.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영어캠프를 보낸 게 효과를 봤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래도 가족이 함께 만든 추억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워 이번엔 생각을 바꿨죠. 자연스레 학습 효과까지 거둘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방학은 교과 공부 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문가들은 주제를 정한 뒤 장소 선택, 사전학습, 활동정리까지 꼼꼼히 챙겨야 알찬 체험학습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 씨 경우 가까운 곳부터 고른다면 경주양동마을(054-762-2633)과 안동하회마을(054-853-0109)이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고즈넉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전통한옥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양동마을에서는 손수건과 티셔츠 등을 만들어보는 천연염색(황토)체험을 비롯해 약과 만들기, 한지공예, 새끼 꼬기 등 짚풀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하회마을 경우 도자기 만들기, 한지공예, 민속놀이 등 전통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강북초교 이원경 교사는 체험 장소를 정할 때 자녀의 의사를 고려하고, 체험 전 다양한 정보를 모아야 학습 효과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교육청의 창의적체험활동 지원센터(crm.dge.go.kr)를 활용하는 것도 이 교사가 추천한 방법. 이 교사는 "체험 전 자료 조사 등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시키면 실제 체험에서 자녀가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방학 중에만 그치지 않고 꾸준히 체험활동한 것을 정리한다면 '나만의 체험유산 답사기'라는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연수원 권연숙 기획부장은 역사 속 도읍지를 중심으로 문화재를 탐방하거나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는 일정을 추천했다. 체험장소를 정한 뒤 인근의 관광명소도 미리 챙겨두면 체험을 하다가도 사정에 따라 일정에 변화를 주기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권 부장은 "체험학습 후 관련된 책을 더 훑어보거나 사진, 글로 기록을 남겨두면 연계된 교과 학습 때 흥미도 더 커지고 이해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키부터 철새 탐조까지, 다양한 겨울방학 캠프
김현주(39'여) 씨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캠프에 보낼 생각이다. 함께 체험학습을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다 보니 일일이 계획을 짜고 함께 짐을 챙겨 떠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하나뿐인 아이인데다 할머니 품에서 자라서인지 응석받이예요.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어떤 캠프가 아이에게 적당할지 판단이 잘 안 서네요."
김 씨처럼 직접 일정을 짜 체험학습을 떠나는 게 부담스럽다면 청소년 수련단체나 사설 업체의 캠프로 눈을 돌려보자.
대구시청소년문화의집은 '겨울철새의 힘찬 비상을 보다'라는 이름으로 철새 탐조 캠프를 연다. 전남 해남과 순천만 일대를 이틀간 돌아보는 일정. 내년 1월 12'13일과 26'27일 캠프가 진행되며 고니 등 겨울철새를 찾아보는 것 외에도 공룡박물관, 다산유물관, 백련사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
또 '대륙의 중심, 중국을 보러 가자'라는 해외 방문 캠프와 '눈사랑' 스키 캠프도 운영한다. 중국 방문 캠프는 1월 10일부터 14일까지 4박 5일간 중국 시안의 섬서역사박물관, 실크로드의 시작점,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아방궁 유적지 등을 돌아본다. 스키 캠프는 1월 17'18일과 1월 30'31일 무주리조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두 캠프 모두 초등학교 2학년 미만 학생은 성인 보호자를 동행해야 한다.
수성구청소년수련관에서도 '스키&보드' 캠프를 진행한다. 양지파인리조트에서 열리는 캠프 일정은 1월 7'8일, 11'12일, 14'15일, 18'19일. 12월 30'31일과 2월 1'2일에는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캠프를 연다. 초등학교 3학년생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다.
구미시청소년수련원은 12월 29~31일과 내년 1월 5~7일, 9~11일 수련원에서 해병대 극기체험 캠프를 운영한다. 인근 낙동강에서 고무보트 상륙훈련(IBS) 등 해병대식 훈련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각 일정당 80명을 모집한다.
좀 더 다양한 캠프를 고르고 싶다면 캠프 포털사이트인 캠프나라(campnara.net), 한국청소년캠프협회(icamp.or.kr)를 찾아보자. 주제별, 대상별로 캠프를 분류해 안내하고 있다.
캠프나라의 김병진 사무국장은 "자녀가 좋아서 선택한 캠프에 보내줘야 캠프 기간 동안 다른 참가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등 적극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며 "부모 품을 떠나 생활하는 만큼 얼마나 안전한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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