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연출+중국 자본, '넌버벌'로 핀 중국의 사랑

중국 우시에서 '당백호 점추향' 공연

대구 연출가인 이상원 대표가 연출을 맡은 넌버벌 퍼포먼스
대구 연출가인 이상원 대표가 연출을 맡은 넌버벌 퍼포먼스 '당백호 점추향' 첫 공연이 25일 중국 우시에 위치한 연예극장에서 열렸다.

25일 오후 7시 중국 우시(Wuxi'无錫)에 위치한 연예극장. 이 공연장은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했다. 대구 연출가인 이상원 대표(극단 뉴컴퍼니)가 연출을 맡은 넌버벌 퍼포먼스 '당백호 점추향'(唐伯虎 点秋香)의 첫 공연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당백호 점추향'은 한국의 제작진과 중국의 자본이 합쳐진 한·중 합작 공연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춘향전처럼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널리 내려오는 당백호와 추향의 사랑 이야기를 '넌버벌'이라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중국에서는 넌버벌이 흔하게 접하지 못하는 장르인데다 제작 자체가 거의 없어 이 작품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공연 시작 전 분장을 한 배우들이 공연장 정문에서 건물 입구까지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오면서 공연 분위기를 한껏 띄었다. 연예극장은 1, 2층 500석 규모로 평소 행사가 주로 열리는 곳이지만 이번 작품을 위해 무대와 객석을 개조했다. 이 작품은 이곳에서 내년 3월 말까지 총 100회 장기공연에 돌입한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화려한 조명, 경쾌한 음악과 함께 배우들이 텀블링을 하며 등장한다. 초반부터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사랑 이야기지만 배우들의 화려한 액션과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표정과 동작이 키포인트였다. 중간 중간 코믹한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중국 관객을 의식해 극 후반부에는 경극적 요소를 가미하기도 했다. 70분간의 공연은 배우들의 열정적인 무술 동작과 텀블링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의 반응은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리안 예(23·여) 씨는 "전체적인 구성이나 무대 세트가 좋아 즐겁게 봤다. 특히 코믹한 요소가 많아 공연을 보는 내내 자주 웃었다"고 말했다. 리우 정원(24·여) 씨는 "넌버벌을 처음 보는데 무척 새로웠다"며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공연 시작될 때까지 상기되어 있던 배우들은 공연을 끝내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땀이 범벅된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서로 껴안기도 하면서 기쁨을 나눴다. 특히 당백호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훈(28) 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박 씨는 "배우 중 유일하게 한국인으로서 지금까지 준비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 울컥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흡이 몰라보게 좋아져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 계속 보완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연출가로 중국 관객 앞에 작품을 선보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며 "앞으로 작품 길이를 좀 더 늘이고 코믹과 재미, 예술성을 버무린 공연물로 승화시킬 예정이다"고 했다.

중국 우시에서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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