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2012년, 흑룡의 등에 올라타려면

내년 한 해는 참 복잡한 해가 될 것 같다. 한국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상태가 영 아니다. 유럽은 부채의 덫에 걸려 언제 쓰나미가 덮칠지 우왕좌왕이고 세계의 리더 미국은 아직 큰소리치고는 있지만 제 한 몸 가누기도 어렵다. G3 일본은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은 지도자의 사망으로 또 다른 불안요소다.

집안의 '황금'보다 더 중요한 건 매일 먹어야만 하는 '소금'이고 소금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흐름 읽기에 실패하면 한 방에 가는 것이 지금이다. 가전왕국 일본의 몰락도, 핸드폰의 황제 노키아의 추락도 시대 변화를 잘못 읽은 탓이다. 흑룡의 해에 눈여겨봐야 할 돈이 될 트렌드는 무엇일까?

중국의 소비(China Consumption)와 녹색산업(Green Industry)과 모바일(Mobile)일 것 같다.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내년부터 성장의 축을 바꾼다. 부동산과 무역에서 7대 신성장 산업과 소비를 양대 축으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1년에 한 달을 '소비촉진의 달'로 정하고 각종 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쓸 예정이다. 그리고 구조적인 감세를 통해 정부 소비를 민간 소비로 돌리고 기업들에게 최저임금제, 5대 보험 의무화 등의 제도를 도입하게 하는 등 번 돈의 50%를 저축하는 중국인들에게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천만장자 이상의 슈퍼리치들이 96만 명이다. 상위 1천 대 부자의 평균 재산은 1조원이 넘는다. 전세계 명품의 27%를 소비하고 연간 5천700만 명이 해외여행을 가고 연간 200만 명이 한국관광을 즐긴다. 올 10월 국경절 2주간에 한국관광에 2조7천억원을 쓰고 갔다. 제주도 면세점의 70%를 싹쓸이하는 것도 중국인들이다. 이젠 중국에서 만드는 것(Made in China)이 아니라 중국을 위해 만드는 시대(Made for China)가 왔다. 중국에서 현지 생산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중국인의 소비는 더 커질 판이다. 한국기업들의 대중국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몇 십 년 만에 흑룡의 해가 돌아왔네 어쩌고 하지만 중국을 일으켜세운 등소평의 말처럼 우리는 내년이 검은 용이든, 누런 용이든 상관없다. 돈 버는 것이 중요하다.

풀 먹는 말(馬)이 석탄 먹는 말로 바뀌면서 공업혁명이 세상을 바꾸었고, 석탄 먹는 말이 석유 먹는 말로 바뀌면서 운송혁명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석유 먹는 말이 전기 먹는 말로 바뀐 뒤 정보혁명은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다. 1970년에 개발된 반도체를 기점으로 한 정보산업도 30년 주기의 산업사이클로 보면 이미 쇠락단계다. 전기 먹는 말 다음은 '태양을 먹는 녹색 말'(Green Industry)이다.

엄청난 수의 청년실업자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좌절하지 말라는 격려는 좋지만 일자리를 못 만들면 아픈 청춘들을 정말 죽이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실업자를 구제하고 정보산업 다음에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녹색산업이다. 세계가 불황으로 모두 녹색산업에 손놓고 있을 때가 기회다. 난세에 영웅 나고 불황에 거상이 나기 때문이다. 촛불시위를 막고 아픈 청춘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신성장 녹색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또 하나 주목할 곳은 모바일(Mobile)이다. 거대 기업 노키아가 거덜났고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다. 컴퓨터 회사 애플이 만든 핸드폰, 아이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고 지금 애플을 물로 볼 일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자기 손바닥 안 핸드폰에 빠진 자폐증 환자다. 덕분에 애플의 시가총액은 세계 GDP 국가순위 31위에 맞먹는다. 싱가포르, 덴마크, 그리스 GDP보다 많다. 스마트 혁명이 가지고 온 혁명적인 변화다. 핸드폰이 TV, 오디오, 컴퓨터를 모두 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중핵으로 떠 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시장에서 히트친 앱은 수억달러짜리다. 애플이 깔아 놓은 스마트혁명의 기반 위에서 머리 좋은 한국의 젊은이와 기업들이 공략해야 할 21세기의 노다지는 세계인이 쓰는 쓸 만한 앱을 싹쓸이하는 것이다. 노트북 하나로 수억달러를 벌 수 있는 황금광산이 생긴 것이다. 2012년에는 한국의 컴퓨터 천재들이 한국의 돈 있는 기업과 한팀이 되어 모바일에서 대박을 내는 용꿈을 꿔볼 만하다.

전병서/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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