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옛길을 살리는 길은 우리가 그 길을 찾고, 가꾸고, 걷는 것입니다. 잊혀지고 묻혀진 옛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안태현(43'사진) 문경 옛길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옛길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이 뿌리 내려져 있다"면서 "민초들의 삶의 애환, 인문환경, 자연생태환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옛길"이라고 예찬했다.
안 학예사는 "굳이 제주의 올레길이나 지리산의 둘레길을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길이 많다"고 자신했다.
그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둘러싸인 경북지역은 유명한 고갯길의 보고라고 했다. 문경새재와 죽령, 추풍령, 십이령 등 경북의 옛길은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동맥이었다고 평가했다.
안 학예사는 "옛길은 사람들이 지나간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만나는 소통의 장이었다"면서 "옛길을 통해 기호지방의 문화가 영남으로 내려오고, 영남지방의 문화가 기호지방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우후죽순처럼 길이 생기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본래 옛길의 노선을 찾지 않고 임의적으로 노선을 만든 탓이다. 데크를 깔고, 막대한 토목공사를 통해 옛길을 복원해 놓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옛길의 이름을 지역이나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붙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옛 지도나 지적도, 촌로들의 구술을 참고하면 옛길의 노선을 정확히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길은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옛길이 어떠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었고, 당시에는 어떠한 가치가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면 옛길의 보존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자신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있었던 길을 발견했는데도 새삼스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4차로가 지나가는 옛길을 원형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옆에 있는 마을길이나 농로, 임도, 제방을 활용해도 충분합니다."
안 학예사는 "문경에 있는 옛길박물관은 전국 유일의 박물관"이면서 "길과 관련된 유물들을 더 많이 확보해 우리나라의 옛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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