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환경이 축산의 미래다] (4·끝)남은 과제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은 오염 아닌 친환경 시설" 적극 홍보해야

군위군 군위읍 외량리 자원순환농업센터에서 가축분뇨가 미생물을 통해 적절하게 발효돼 질 좋은 비료로 재탄생된다. 서광호기자
군위군 군위읍 외량리 자원순환농업센터에서 가축분뇨가 미생물을 통해 적절하게 발효돼 질 좋은 비료로 재탄생된다. 서광호기자
가축분뇨는 고체와 액체를 분리, 미생물을 첨가해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발효과정을 거쳐 양질의 비료가 된다. 경상북도 제공
가축분뇨는 고체와 액체를 분리, 미생물을 첨가해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발효과정을 거쳐 양질의 비료가 된다. 경상북도 제공

경북에서 친환경 축산이 자리 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 주민들은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을 축산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혐오시설로 생각한다. 축산농가들은 자원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경종농가들 역시 축산비료의 질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산 및 소비 기반의 확충, 품질 향상, 사후관리와 관련 제도의 개선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친환경 축산에 남아있는 과제

영천시와 북안농협이 영천시 북안면 일대에 조성하는 '별빛촌 광역친환경농업단지'의 핵심은 가축분뇨를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경축순환자원화시설이다. 올해 완공 예정이던 자원화시설은 주민들의 반대로 부지선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혀 27일 현재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북안농협은 정부지원을 받아 2009년과 지난해 각각 10억원, 50억원을 들여 조사료 생산시설, 친환경 벼 건조저장시설, 벼 공동육묘장, 우렁이 양식장, 친환경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친환경 축사 및 하우스를 지었다. 하지만 전체 예산 100억원 중 절반이 투입되는 자원화시설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미뤄져 친환경농업단지 전체의 완공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자원화시설 부지로 선정된 6곳(송포리, 반정리, 내포리, 고지리, 옥천리, 신대리)이 모두 무산됐다. 일부 땅주인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인근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끝끝내 반대했다. 주민 동의를 받은 곳은 경사도가 심해 부지로서 적합지 않았다.

영천시와 북안농협은 이달 초 북안면장을 비롯해 시의원, 노인회장, 이장협의회장, 부녀회장 등이 참여하는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 전체 32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부지신청을 받고 있다. 지원책도 함께 내놓았다. 1가구당 1천만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부지선정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줄 것을 약속했다. 특히 사업 주체인 북안농협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3천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정재용 친환경농업담당관은 "해양투기가 금지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해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오염시설로 오해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있다"며 "앞으로 선진 시설 견학과 상세한 정보 제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을 설득,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을 하루빨리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시설 늘리고, 품질 높이고, 소비 넓히고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경북도의 농가 개별처리 시설은 2만여 곳인데 비해 공동자원화 시설은 3곳에 불과하다. 시설운영이 미흡한 개별농가보다 설비자동화와 품질관리, 안정적 수요처 확보가 용이한 공동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공동자원화 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무작정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특성에 적합한 시설 규모와 처리공법을 정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축의 성장단계별 사육밀도와 가축분뇨 발생량을 예상하고, 온도에 따라 미생물의 활성화 정도가 다르기에 계절별 기온 차이가 어떤지도 파악해야 한다. 지역 내 경종농가들의 가축분뇨 비료에 대한 인식과 농작물별 재배 면적, 농경지의 양분축적 상태도 점검해 자원화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또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은 암모니아 가스 등에 노출돼 쉽게 부식할 수 있기에 중장기적으로 개'보수 비용, 내구성, 시공업체의 수리 서비스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원화 시설을 신규로 설치할 경우 주민들의 반대로 입지 확보가 어렵고 투자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존 비료시설을 개보수하거나 공공처리장과 인접한 곳에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정형 친환경농업과장은 "민원발생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환경적인 필요성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득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시군 관계자, 사업주체, 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합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설 확충에 발맞춰 비료의 품질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악취가 나지 않고 작물별 맞춤형 고품질 비료를 생산해 실소비자인 경종농가의 신뢰를 얻어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일부 불량 품질로 인해 경종농가들이 가축분뇨 비료 사용을 꺼리고 있기에 악취와 숙성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품질을 높여야 한다. 품질관리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불량 비료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그에 앞서 성분 분석기와 숙성도 판정기를 농가에 보급해 자체 검사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지자체는 외부 전문검사기관을 지정해 분기별로 검사를 의무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품질관리해야 한다.

품질이 보장된 비료는 수요 확보가 중요하다. 임야, 골프장 잔디 등에도 비료 살포를 허용하거나, 비료 살포 농작물을 다양화하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재배기술을 보급한다면 수요를 늘릴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자연환경팀장은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선 경종농가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 급선무다"며 "비료 살포지역의 토양과 농작물 생육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분석한 정보를 경종농가에 제공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후관리와 제도개선

자원화 시설과 해당 사업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개별농가에서는 미흡한 처리기술, 장비의 잦은 고장, 전기료 등 과다한 운영비를 이유로 설비를 방치하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법령 또는 지침 등에 따라 행정처분 등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지자체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거지에서 200m 이내는 살포를 금지하는 규정, 가축 마리당 농경지 의무 확보 면적, 저장조의 확보 등은 현재 처리기술의 발달 상황에 맞게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유용희 축산환경과장은 "자원화 사업체와 경농농가의 합동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열어 자원순환형 축산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상호 정보를 교환하는 장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앞으로 지자체는 중장기적으로 농업기술센터, 대학, 연구기관 등 지역단위의 자원화 전문기관을 운영하면서 전문 인력과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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