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쓰라고 해서 반 친구 이름을 모두 적었어요. 다른 친구는 노래가사를 썼어요."(대구 수성구 한 중학교)
"공개된 장소보다는 모든 학생들이 이메일을 통해 설문지를 내면 더 효과적일텐데요."(달서구 중학교 선생님)
대구시교육청이 초'중'고에 지시한 학교 폭력 피해 설문조사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26일 초'중'고 교장과 학생생활지도부장, 상담부장 등 1천500여 명을 대구학생문화센터로 불러 '긴급 학생생활지도를 위한 관계자 회의' 후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시교육청은 이날 회의 자료를 배포하면서 설문지 예시문도 함께 나눠줬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폭력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실제 학교 폭력 감소로 이어질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조사가 마무리된 일부 학교 중 제대로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는 사례들이 다수 나오고 있기 때문.
학생들은 수업 중 배운 내용을 적거나 친구와 장난친 일, 사소한 일상을 적는 것은 물론 노래가사를 쓴 사례도 나왔다. 아예 백지를 제출한 학생도 있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솔직한 얘기를 적을 수 있는데 그 바탕이 없는 상태라면 학생들이 쉽게 적기 어렵다"며 "학생들은 큰 사건이 터졌으니 선생님들이 한동안 '쇼'를 하면서 귀찮게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학생들도 여럿이다"고 전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설문조사 후 상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한다 해도 시험 점수 올리기 대신 인성 교육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는 한 설문조사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이번 조사가 숨겨진 피해 사례를 찾아보고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위기 상황에서 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문지 작성 과정에서 누가 피해 사례를 제대로 적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관련 없는 내용이라도 쓰거나 최소한 적는 시늉만이라도 하라고 안내한 것"이라며 "자체 조사 시간을 충분히 줘 장난삼아 기록한 내용으로 억울한 피해를 보는 학생이 없도록 조사 후 시교육청 보고 날짜도 따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