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쑥대밭 만든 청소년 "그게 죄 되나요?"
주인의 출국으로 비워진 집에서 2개월 동안 숙식을 하면서 난장판으로 만든 20명의 청소년들은 경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죄의식을 보이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빈집에 마구 들어가 숙식을 하면서 금품을 훔치고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정모(14)군 등 17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고 형사미성년자인 황모(12·여)양 등 3명을 가정법원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J(48.여.대학교수))씨 부부가 러시아로 출국한 이후 지난 8월29일부터 10월24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해운대구에 있는 J씨 집에 들어가 숙식을 하면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황양이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친구 정군 등 2명과 함께 J씨 집을 드나들었다. 황양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된 J씨 막내딸(12)이 자신의 집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기억하고 정군에게 이를 알려줬다.
정군 등은 다른 친구들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J씨 집은 순식간에 20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3~4개팀으로 이뤄 숙식을 해결하는 아지트가 됐다.
거실 진열장에 있던 양주를 꺼내 마셨고 미술품을 발로 짓밟았다. 가재도구 등을 마구 파손하고 안방 서랍에 보관하던 200여달러와 현금 3만5천원을 훔쳐 머리 염색을 하기도 했다.
여성용 명품 지갑도 훔치고 목걸이와 반지, 귀걸이 등 귀금속도 2만원을 받고 내다팔았다.
집 거실에서 촛불을 켜 놓고 종이를 태우기도 했고 장롱에 있는 마구 옷을 꺼내 입고 벗는 등 집안을 쓰레기장처럼 만들어버렸다.
일부는 먼저 집에 들어가 다른 그룹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문을 걸어잠그는 등 아지트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 결손가정인 이들은 경찰에서 "왜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뻔뻔하게 항변했다. "황양이 아파트를 빌렸다고 해서 같이 있었다"거나 "죄가 안되는 줄 알았다"는 등 온갖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20명 중 8명은 학생 신분이지만 나머지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집을 나와 지낼 곳이 필요했는데 J씨 집을 아지트로 삼은 것같다"며 "대부분 주거침입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몰랐던 것처럼 변명을 하거나 죄를 뉘우치지도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일시 귀국해 어이없는 현장을 접한 J씨는 "물건을 훔칠 수도 있고 집에 머물수도 있지만 집안을 어떻게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말하고 러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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