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제개편' 서민 혜택 확대에 방점
국회에서 28일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방안이 결국 철회됐다. 게다가 법인세 중간 구간의 상한선이 정부 안보다 낮아져 정부의 감세 기조가 한층 무색해졌다.
정치권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된 이른바 '버핏세'는 일단 무산됐다. 내년 총선 이후에나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대신에 근로장려세제(EITC)의 수혜 범위가 확대되고 지원규모가 늘어나는 등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법이 사실상 개정됐다.
◇법인세 중간구간 상한선 낮춰 세수 확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소득세는 최고 구간인 과세표준 8천8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을 현 35%에서 33%로 내릴 예정이었으나 이번 국회 의결로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법인세 역시 최고구간 세율이 현행 22%가 적용된다. 다만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중간 구간이 신설되고 이 구간의 세율은 20%다.
정부의 감세 기조 후퇴가 확정된 셈이다.
법인세 중간구간이 애초 정부안인 '500억원 이하'에서 '200억원 이하'로 수정됨으로써 법인세는 2012년 1천억원, 2013년 1천500억원 등 2년에 걸쳐 2천500억원 더 걷힐 전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앞다퉈 주창했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1억5천만원 초과 또는 2억원 초과 등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0% 내외로 하자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었다.
부자 증세 논란은 당분간 잠수하겠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부자 증세'를 공약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역시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부자 증세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소득세·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를 철회했음에도 다른 조세 감면이 늘어나 부자들의 감면 혜택이 사실상 유지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가령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투)의 기본 공제율(대기업, 수도권 밖 기준)이 3%에서 4%로 확대됐다.
고투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를 없앨 때 대안으로 제시됐다. 임투와 달리 고용을 유지해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을 줄이면서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고투는 사실상 임투와 유사하다.
임투 공제 혜택의 87%가 대기업에 돌아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고투 공제율을 높이면 그 혜택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고용 유지만을 조건으로 투자액을 공제해주는 고투는 임투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며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를 철회하면서 기본공제율을 4%로 늘린 것은 결국 기존 임투 공제율 5%에서 4%로 1%포인트 줄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득세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내리되 근로소득 공제율과 공제한도 축소를 철회했다. 이 때문에 고소득자의 세금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연봉 3억원까지는 세율 인하를 철회해도 오히려 세금이 감소한다"며 "정부가 밝힌 내년 1천억원 세수 증가 효과는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약 500억~1천억의 세수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장려금 수혜가구 두 배로 증가…서민혜택 확대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근로장려세제 적용 대상에 현행 근로자에다 보험모집인과 방문판매원을 추가했다. 자격 요건 중 주택요건을 정부 안이 '기준시가 5천만원 이하'에서 '기준시가 6천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최대 지급금액은 연 60만~180만원에서 연 70만~2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근로장려세제 혜택을 받는 가구 수가 현행 52만2천가구에서 내년에는 110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원 규모 역시 현행 4천20억원에서 8천9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월세 소득공제 적용대상도 추가됐다.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없더라도 월세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늘어나는 1인 가구 등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려는 조치다.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제공하는 공동주택 내 보육시설 임대용역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농어촌특별세의 비과세 대상에 임업인이 추가됐다.
도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난방·취사용 연료인 LPG 프로판 가스는 개별소비세율이 한시적으로 30% 내려간다.
◇'지역균형발전'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시 세제지원 강화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세제지원책도 마련됐다.
당정은 수도권 성장관리권역에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혁신도시로 옮기는 공공기관이 갖고 있던 부동산의 양도차익 법인세 과세도 5년 거치 5년 분할 과세 방식으로 연기해주기로 했다. 이런 혜택은 2015년 12월31일까지 적용된다. 과밀억제권역에서 혁신도시로 옮겨가는 공공기관과의 과세형평성을 강화하고 국가균형발전 촉진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방안도 새롭게 담았다.
2013년 말까지 대구와 오송의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하는 기업 가운데 보건의료기술사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된다.
정부는 애초 세법개정안에서 대도시 내 법인의 공장을 대도시 밖으로 이전할 때 공장 양도차익의 과세이연(5년 거치 5년 분할 과세) 특례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지방 5대 광역시에서 수도권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는 제외됐다.
◇中企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율 합계 7%로 높여
중소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율은 정부안보다 상향조정했다.
기본공제율은 4%로 정부안과 같지만 추가공제율을 정부안(2%)보다 높여 3%로 책정했다. 기본공제율과 추가공제율의 합계는 7%로 정부안(6%)보다 1%포인트 늘었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려는 조치다.
개인의 벤처기업 직접투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율을 10%에서 20%로 높이고, 기존 종합소득금액의 30%였던 소득공제 한도도 40%로 상향조정했다.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물류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1년 이상 영업한 중소기업이 자가물류시설을 팔 때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3년 거치 3년 분할 익금산입' 방식으로 세금납부를 연기해주기로 했다. 이 조치는 2013년 12월31일까지 적용된다.
제3자 물류비용 세액공제대상도 확대된다.
정부안에서 각 과세연도의 제3자 물류 비중이 50% 이상이거나 해당 과세연도의 제3자물류비용이 전체 물류비용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지만, 비중을 각각 30%로 낮춰 세액공제 대상을 늘렸다.
제3자 물류는 기업이 물류업무를 전문업체에 위탁,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에 전문 물류기업이 대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제3자 물류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물류산업을 선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기술창업전문회사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에서 신기술창업전문회사를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 한정키로 했다. 카지노 매출액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조치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경우 과세를 2년간 유예해 2014년부터 물리기로 했다.
이외에도 체납국세액 징수업무 민간위탁은 준비기간을 고려해 시행시기를 1년 늦춰 2013년 1월1일 이후 적용하기로 했다.
설탕과 커피의 기본관세율을 인하하려던 계획을 일부 수정해 설탕은 세율을 35%에서 30%로 낮추고 커피는 8%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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