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즈음 대구 중구 동성로 중앙파출소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뚝 섰다. 트리에 연결된 두 대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에 불빛이 들어온다. 트리가 움직이기도 한다.
이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설치한 에코 트리로, 김안나, 전수윤 씨가 폐품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빛이 들어온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지나는 시민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즐거워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에 심심치 않게 '김안나'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지난 6월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작가는 재미교포다. 11월 열린 '영상작가 13인의 대구 이야기'에서 그는 만화경처럼 만든 사면 유리 튜브의 끝에 영상을 설치,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영상에 흐르는 음악 역시 김안나 작가가 직접 만든 곡이다. 음악과 이미지가 교차하는 그의 작품에는 섬세하면서 독특한 감각이 흐른다.
김 씨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후 UCLA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UCI 미술학과 석사를 졸업한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서양화를, 우드베리대학에서 현대미술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훌쩍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한국의 그림과 철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현대철학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많이 했지만 서양철학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평소에도 동양 철학에 관심이 많았죠."
그는 경주에서 소산 박대성 화백 밑에서 2년 여간 공부했다. 한 달 동안 먹으로 선만 그은 적도 있다. 동양의학인 침술과 주역을 함께 공부했다. 경주 삼릉을 오가며 홀로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가창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 대구로 나왔다. 6개월째 대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주류인 미국 화단, 그리고 변방인 한국 화단의 젊은 작가들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의 젊은 작가 친구들은 작품을 '판매한다'는 개념으로 창작하진 않아요. 그런데 한국의 친구들은 컬렉터들이 소품, 평면을 좋아하니 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컬렉터들은 특히 규모가 큰 젊은 작가의 설치작품은 거의 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니까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미술에 대한 에너지는 많지만 젊은 작가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다. 미국의 젊은 작가들은 물가가 높은 미국을 떠나 베를린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에게 동양과 서양은 어떤 의미일까.
"저는 서양을 버릴 수도 없고, 동양을 버릴 수도 없어요. 서양을 버리는 것은 '나'를 버리는 것이거든요. 아마 그 속에서 접점을 찾지 않을까요."
'긍정성'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에서 서양의 화려함과 동양의 신비로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가 대구에서 어떤 조화로움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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