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프 캐럴 고엽제, 의혹만 남긴채 '마무리'

한미 6개월간 공동조사 발표…온갖 소문·불안 시달린 주민들만 상처로 남아

지난 5월 퇴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의 증언으로 시작된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의혹은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 채 결국 한바탕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칠곡지역 주민들은 온갖 소문과 불안 등으로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기피 지역으로 낙인찍히는 등 치명적인 상처만 입게 됐다.

한미공동조사단은 29일 오후 칠곡군청에서 6개월 동안 진행해 온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조사에 대해 결정적인 증거나 특별한 성분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조사단은 그동안 미군기지 지하수 관측정에서 고엽제 관련 성분 중 하나인 2,4,5-T가 극미량 검출된 데 대해 다른 제초제에도 사용되는 성분이어서 고엽제 매립의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미국측 자체 조사에서는 2,4,5-T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칠곡지역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온갖 루머가 양산돼 외부로 퍼져 나가 지역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특히 참외, 오이 등 과채류가 한창 출하되던 당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칠곡산 과채류 가격이 고엽제 매립의혹 여파로 10~15% 정도 하락하고, 일부 품목은 쇼핑몰에서 반품되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또 캠프 캐럴 인근 한 마을의 경우는 일부 언론에서 전체 인구 150명 중 20명이 암으로 사망했으며 모 씨는 최근 30년 사이에 남편과 시숙, 시동생 2명이 간암으로 잃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람에 온 동네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왜관공단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서울에 소재한 거래처에 출장을 갔는데 그곳 사람들이 칠곡에서 올라온 자신을 보고 '저쪽으로 가라'며 손으로 떠밀면서 '미군의 고엽제를 묻혀오지 않았냐'며 농담을 하는 바람에 난처한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캠프 캐럴 주변 주민들은 집이나 농지 등 부동산 매기(買氣)가 평소에 비해 뚝 끊어지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고, 왜관읍내 주민들은 외지에 사는 가족을 비롯한 친인척들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안부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 일부 학생들은 학교 수돗물 대신에 생수를 사거나 집에 끓인 물을 준비해 등교하는가 하면 칠곡교육문화회관 수영장은 '불순물이 섞였는지도 모른다'는 여론이 나돌아 곧바로 폐쇄조치되기도 했다.

군청 등 행정기관에서는 이처럼 근거 없는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지역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느껴 긴급 이장회의와 주민 임시반상회를 열어 정확한 정보제공과 여론 추스르기에 나서기도 했다.

주민 박동화(56'왜관읍) 씨는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 사태로 칠곡군민이 입은 피해는 어떤 말이나 금전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서 "앞으로도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동안의 오명이 언제까지 제대로 씻겨질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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