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동MBC의 어이없는 조례 제정 요구

'유교 없는 유교문화 행사'를 치러 비판을 받고 있는 안동MBC가 (재)세계유교문화재단에 경북 북부 9개 시'군이 사업 예산을 영구 지원토록 하는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기업이 주관하는 행사에 예산을 지원하고 말고는 지자체가 판단할 일이다. 더구나 안동MBC가 벌여온 유교문화 행사는 상당수가 유교문화와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지나친 상업성으로 지역 주민의 반발을 부르지 않았던가.

사업 예산 지원을 규정한 조례 제정 요구는 안동MBC가 자체 사업을 위해 지역 주민의 혈세를 합법적으로 가져다 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구라고 하지만 사실상 강요다.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부조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유교문화 행사를 벌이면서 '재단'이 보인 행태에 비춰 조례가 제정됐을 경우 지원 예산이 어떻게 쓰일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재단은 9개 시'군에서 50억 6천만 원을 지원받고도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쓰였다면 과연 이렇게 뭉개고 있을까.

더욱이 조례는 공무원의 파견 및 인사 혜택까지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의 외부 파견이나 인사이동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다. 결국 안동MBC는 조례라는 형식을 빌려 공무원 인사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을 영구화하고 공무원 인사까지 좌지우지하겠다니 언론사가 무슨 권력기관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자치단체의 보조금 예산은 특정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민 전체의 공동 이익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 써야 하는 돈이다. 이런 돈을 안동MBC가 자체 사업을 위해 쓰겠다는 것은 언론사로서 할 일이 아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조례 제정 요구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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