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샘한테 혼나면 머라카지?" "몰라 ㅋㅋ"

가해학생 주고받은 문자 복원…자살 소식 듣고도 뉘우침 없어

이달 20일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3) 군의 유서에 적힌 가해 학생들은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에도 반성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에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A군이 자살한 다음날인 21일 오후 11시 5분부터 약 10분 동안 9차례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앞으로 발생할 일에 불안감을 보였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샘한테 혼나면 머라카지?' '몰라 그냥 인정하지머 ㅋㅋㅋ' '감방가게?' '안간다-내일 이야기하자' 등의 내용을 주고받았다. 문자메시지의 끝부분에 'ㅋㅋㅋ' 등 웃음을 의미하는 자음을 넣어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군이 자살하기 전에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행한 폭행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A군이 숨지기 2주 전인 6일 0시 12분부터 밤 11시 12분까지 주고받은 8차례의 문자메시지에는 '그래 솔직히 숙제시키고 심부름시킨 게 뭔 폭력이고' 'ㅋㅋㅋㅇㅋㅇㅋ 그리고 내가 니는 막아준다' 등의 내용을 주고받았다.

특히 이들은 A군에게 물고문을 한 직후로 추정되는 16일 오후 11시 21분쯤 '니 내일 물 좀 쓰라(물고문 하자)' '물은 약한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열심히 해 볼께'라는 답글을 보내며 더 심한 괴롭힘까지 생각하는 듯했다. 이어 '오늘 제대로만 하면 소리도 안 내고 군소리도 안 한다 캣제. 잘 됐네. 물에 계속 처넣자'는 등의 문자를 주고받으며 A군을 괴롭힐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지금까지 통화기록 삭제해'라는 내용의 문자도 있었다. 경찰은 "가해 학생이 주기적으로 자신들의 통화나 문자메시지 기록을 지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물고문에 대한 2명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문자메시지 복원으로 공동범행한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은 9월 12일부터 A군이 사망하기 전날인 이달 19일까지 총 230여 차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중 174회는 '그냥 니는 끝이 없다. 게임할 때 문자해라. 늦을수록 니한테 안좋을 거다'는 내용의 협박성 또는 지시성 문자메시지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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