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성인 8명 중 한 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은 뇌질환이며, 약으로 90% 이상에서 효과적으로 치료가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울러 우울증 예방을 위해 햇볕을 쬐면서 걷는 운동이 좋다고 했다.
우울증은 뇌질환이며 약물로도 대부분 쉽게 치료가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으며,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축하는 듯했다. 정신보건협회 등이 발행한 안내서에도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고 뇌질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우울증은 뇌질환이라는 것이 사실일까? 오늘날 과학 분야 중 가장 중심 무대에 서 있는 것은 '감정을 포함한 여러 가지 마음의 현상과 뇌의 변화 간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다.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면서 또한 뇌질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우울증을 포함해 정신장애가 생기면 뇌 속에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체내 호르몬의 변화가 관찰되고, 심지어 뇌 속에 미세한 해부학적 변화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지만 정서적 갈등을 포함한 심리적 측면을 묵살하거나 배제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예방적 측면에서 볼 때 마음의 병이라는 사실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약물로 90% 이상에서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신의학 교과서를 포함한 대부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정신치료(상담)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오늘날 정신장애의 원인과 치료접근 방식에 대한 가장 앞선 견해는 '심리학적 접근과 생물학적 접근을 함께하는 것'이며, 최근에는 단순히 정신건강의 개념을 뛰어넘어 '정신장애는 인격의 미숙이며 정신건강은 인격 성숙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정신장애나 정신건강을 인격의 성숙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는 것이다.
자살 문제를 포함한 우울증의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간단하고 쉽게 규정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예방을 위해 국민에게 홍보하는 대처법으로 '햇볕을 쬐고 걷는 운동'을 우선 처방한다는 것은 다소 부실하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먼저 한 인간의 정서적 고통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편 당사자는 자기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이 태어나 자신의 신체를 갖고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누구나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채울 수 없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자기 극복이 요구된다. 아울러 가족 내에서 정서적 고통을 겪는 구성원의 심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허찬희(영덕제일병원장'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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