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누구나 깜짝 놀라게 된다. 이를 '혈뇨'라고 하는데 보이는 정도에 따라 육안적 혈뇨와 현미경적 혈뇨로 나뉜다. 눈에 보일 정도라면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다. 혈뇨는 그 자체로 질환은 아니며 증상일 뿐이다.
소변을 만들어내는 신장, 소변이 통과하고 저장되는 요관과 방광, 그리고 마지막 배설경로인 전립선이나 요도 등 요로계의 어느 부위에서 병이 있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적은 양의 혈뇨가 한 번 있었다고 해서 이상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일시적인 혈뇨는 흔한 증상으로 생리, 감염, 알레르기, 운동 및 외상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혈뇨가 있거나 혈뇨의 양이 많을 때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많은 원인 중에 방광암이나 신세포암(신장암)도 해당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혈뇨
혈뇨의 발생 위치에 따라 신장(특히 사구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와 요로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로 나뉜다. 신장에서 나오는 혈뇨의 경우 사구체 신염과 유전성 신염, 신장 종양, 신우신염, 신장 결석 등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요로계 이상은 비뇨기계 질환이 대부분이다. 혈뇨의 비뇨기과적 원인 중 대표적 질환은 요로감염, 요로결석, 선천성이상, 비뇨기암(신장암, 방광암) 등이 있다. 나이 많은 남성에서 많은 전립선 질환, 전신성 출혈성 질환 등이 있다.
우연히 발견된 무증상 혈뇨의 경우, 약 3분의 1에서 혈뇨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원인이 비뇨기암인 경우는 전체의 0.5~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100명의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를 정밀검사해 보면 최대 3명 정도에서 비뇨기암이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 방광암 환자의 약 80%, 신세포암 환자의 약 40%에서 육안적 혈뇨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육안적 혈뇨를 보이는 환자는 비뇨기암을 갖고 있을 확률이 보다 높다는 것을 뜻한다.
연령대별로 20, 30대 저연령대에서는 비뇨기암보다는 요로감염이나 요로결석, 선천성이상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60대 이후 고연령대에서는 절대빈도는 낮지만 저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뇨기암의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40대 이상이라면 정밀검사 받아야
먼저 혈뇨가 있으면 의사는 과거 병력을 묻고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혈뇨와 함께 자주 소변이 마려운지(빈뇨), 갑작스레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 없는지(절박뇨), 소변을 본 뒤에도 뭔가 남아있는 느낌이 있는지(잔뇨감) 등 하부 요로 증상을 확인한다. 아울러 옆구리에 통증이 있는지, 몸살에 걸린 듯 오한이나 발열이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묻고 답한다.
방광 및 요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행 상피세포암'을 선별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법으로 '요세포 검사'가 있다. 만약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실제 암이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여러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혈뇨의 원인을 찾는다. 먼저 '경정맥 요로조영술'(I.V.P)이 있다. 요로계의 이상을 판별하는 전통적인 검사법이지만 병변의 크기가 작은 경우 민감도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초음파검사'는 검사를 받기에 편리해서 비교적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병변의 크기가 작거나 비만 환자의 경우 정확도가 떨어진다. CT는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아직 많은 병'의원에서 'I.V.P'를 초기 검사에 사용하고 있다.
방광에 발생한 이행 상피세포암은 초기에 발견이 어렵다. CT처럼 민감한 검사에서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담배를 피운 기간이 길다거나 ▷육안적 혈뇨를 보이는 경우 ▷40대 이상인 경우 ▷과거 비뇨기계 질환을 앓은 경우 ▷하부요로증상이 동반된 경우 등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반드시 '방광 내시경검사'를 함께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권준범 비뇨기과 과장은 "여러 검사를 해도 혈뇨의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경우도 15%가량 되는데, 이때는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으며 다른 이상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며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각각 다른 치료가 이루어지며, 칼슘이나 요산의 과다 배설로 인한 혈뇨의 경우에는 식이조절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파티마병원 권준범 비뇨기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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