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간암

특별한 증상 없이 찾아오는 癌…주기적 검진만이 최선

간암을 치료하기 전(왼쪽)과 후의 CT(전산화 단층촬영) 모습. 흰색의 암 부위가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간암을 치료하기 전(왼쪽)과 후의 CT(전산화 단층촬영) 모습. 흰색의 암 부위가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암 부위를 제거하는 간암 수술은 완치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간이나 암의 상태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암 부위를 제거하는 간암 수술은 완치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간이나 암의 상태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만식(가명'51) 씨는 30년 전 군에 입대할 무렵 만성 B형 간염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후에도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른쪽 윗배에 조금씩 불편함이 느껴졌다. 동네 의원에 찾아가 초음파검사를 했더니 간에 종괴(인체 조직이나 장기에 생긴 경계가 분명한 덩어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덜컥 겁이 난 이 씨는 곧바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간에 생긴 종괴는 무엇을 뜻하며, 만약 간암으로 판정된다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주기적 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

한때 간암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있었다. 진단할 때 이미 말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데다 대부분 간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 간암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지면서 이런 상황은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먼저 B형 간염 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중요한 간암 발생 위험인자를 차단할 수 있게 됐고, 영상의학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간이식, 국소치료술, 신 항암제 등으로 간암 치료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암 발생은 조금씩 감소세다. 1999년 인구 10만 명당 48.5명이던 남성의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2007년에는 39.6명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B형 간염 백신을 자체 개발하면서 집단 접종이 가능해졌고, 따라서 수직감염(산모에서 태아로의 감염) 예방사업 등 간암 예방을 다른 나라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도 사망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여러 암 중에서 간암에 의한 사망 비율은 19.4%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만큼 위험하다.

만성 B형 및 C형 간염을 갖고 있거나 만성적으로 알코올 섭취를 하는 사람들, 심한 지방간(염)을 가진 사람들은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이유는 간경변증으로의 악화 여부, 합병증 발생의 여부 및 간암의 조기 발견이 목적이다.

주기적으로 받아야 할 검사의 종류는 ①간기능 검사 ②혈청 알파태아단백 ③초음파 검사 등이다. 특히 초음파 검사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는 진행 상태에 따라 3~6개월 간격으로, 간염 상태에서는 적어도 9~12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권한다. 간경변증이 진행된 경우에서는 일년에 한 번 CT 촬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초음파 검사로는 간경변증으로 생기는 간 결절과 간암의 구분이 쉽지 않고, 특히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간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간암은 특별한 증상을 가지지 않으므로 주기적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며, 완치를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간 상태에 따라 수술 여부 결정

대부분 간암 환자들은 이미 오랜 기간 만성 간염으로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다. 간의 상태는 암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3cm 미만의 종괴가 하나 발견되면 외과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진 교수는 "간 기능이 나빠 간의 일부를 잘라낸 뒤 남아있는 간으로 정상 생활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수술 대신 다른 방법을 택하게 된다"며 "바꿔 말하면 다른 암과는 달리 간암의 경우, 간암 자체가 초기이냐 말기이냐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간 기능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간암의 치료법으로는 크게 완치를 위한 요법과 완화를 위한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완치를 위한 요법으로는 ▷수술적 절제술 ▷국소 소작술 ▷간이식 등의 방법이 있다. 수술적 절제술은 간암 부위를 잘라내 완치를 기대하는 치료다. 간암이 발견되면 우선 수술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간암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개복이나 복강경 여부를 결정한다.

국소 소작술은 초음파나 CT를 이용해 직접 바늘 등을 간암 부위에 찔러 넣은 뒤 고주파나 고농도의 에탄올을 주입해 치료하는 것. 횡경막, 심장, 혈관, 담낭 등의 근처에 종괴가 있는 경우 시술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간 기능이 나빠 수술을 하기 어려운 환자에게서 수술과 거의 비슷한 치료 성적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학회에 보고됐다.

간 이식은 1988년 국내에서 윌슨병(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간, 뇌, 각막, 신장, 적혈구에 구리가 침착돼 생기는 병. 우리나라 대사성 간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희귀성 만성 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시행됐다. 이후 최근 들어 간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로 합병증을 가진 비대상성 간경변증 또는 치료가 잘 안 되거나 재발하는 간암의 경우 간 이식 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 초기에는 뇌사자의 간 이식을 주로 시행했지만, 현재는 생체 부분 간 이식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많이 알려진 것처럼 주로 가족 중에서 간의 일부를 주는 경우가 많다.

◆간동맥을 통해 항암제 직접 투여하기도

완화를 위한 방법으로는 ▷경간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국소 또는 전신 항암화학요법이 있다. 정상 간 조직은 간정맥과 간동맥의 두 혈관에서 혈액을 공급을 받는다. 하지만 간암은 주로 간동맥에서 혈액을 받는데 이런 성질을 이용해 간암 부위에 공급되는 간동맥을 혈관조영술을 통해 찾아내고 항암화학제를 넣은 후 색전물질로 혈관을 막은 방법을 '경간동맥 화학색전술'이라고 한다. 수술이 여의치 않거나 조기 간암이 아닌 경우, 다발성 간암일 경우 등에서 시행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는 암이 전이된 것뿐 아니라 간암 자체의 치료를 위한 보조요법으로 쓰인다. 방사선 치료만 단독으로 할 수도 있고, 경간동맥 화학색전술 후 시행하거나 간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국소 항암화학요법'은 간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는 않았지만 간 내에 광범위하게 발생해 앞서 방법들이 불가능할 때 주로 사용한다. 오른쪽 대퇴부에 기구를 삽입해 간동맥과 연결한 뒤 주기적으로 간암에 직접 항암화학제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전신 항암화학요법'은 진행성 간암이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에 시행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항암제는 경구 항암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이 있다.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피로감, 체중 감소 외에 손발의 피부변화와 설사 등의 부작용이 알려져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우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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