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클럽의 롤 모델을 꿈꾸는 곳이 있다. 수백만,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큰 도시가 아닌 인구 5만8천여 명의 농촌 지역 의성군에 터전을 잡은 의성스포츠클럽이다. 스포츠 프로그램도 인기종목과는 거리가 먼 동계종목 컬링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 클럽은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운영 실태를 파악해 각종 행사에서 소개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클럽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고 끝에 2006년 출범한 의성스포츠클럽은 운영자들의 열성과 정부'지자체 지원으로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으나 지난해 정부 지원이 끊기고, 올해부턴 지자체 지원마저 중단돼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클럽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경두 경상북도컬링협회 회장은 "더 힘들 때도 있었다"며 "그동안 자생력을 키운 만큼 스스로 운영할 수 있다.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클럽 활동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빙상장에서 키운 꿈
의성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경북의성컬링센터 관계자들은 2006년 5월 전용 경기장이자 훈련원인 경북의성컬링센터를 완공한 후 감격에 겨운 눈물을 쏟았다. 이전까지 지역에서 하나뿐인 실내 아이스링크인 대구빙상장에서 설움을 톡톡히 겪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구빙상장 대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항상 새벽 시간이 돼서야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낮 시간에는 대구빙상장 영업 때문에 대관을 생각할 수 없었고, 저녁 시간에는 쇼트트랙'피겨'아이스하키 종목의 훈련에 밀려 돈을 주고도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구'경북 컬링은 이를 극복하고 전국 최강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컬링 저변 확대와 실력 향상을 위한 전용 경기장 마련에 눈을 돌렸다.
김 회장은 "울릉도를 제외한 경북 곳곳을 누비며 전용경기장 건립 장소를 물색했다. 인구가 많은 도시로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되지 않아 결국 의성에 보금자리를 꾸몄다"고 했다.
컬링센터 완공과 함께 김 회장은 평소 꿈꾸어 온 스포츠클럽을 발족시켰다.
◆"컬링 배워 스포츠외교관 되고 싶어요"
의성스포츠클럽은 컬링과 배드민턴으로 출발한 후 농구를 추가, 3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컬링 강습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시간에 컬링센터에서 실시되고 있다. 강습에는 의성지역 초'중학생을 중심으로 10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수'금요일, 농구는 화'목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각각 의성문화체육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배드민턴과 농구 강습에는 각각 2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컬링센터에서는 클럽을 이용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12월 컬링 평가전이 열렸다. 클럽 회원인 의성초교'의성남부초교 컬링팀과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는 대구 월촌초교 컬링팀이 실력을 겨룬 것이다. 이날 교류전에는 의성 5개 팀과 대구 2개 팀이 참가했다. 이들 팀은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나눠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12~15일 이곳에서 열린 2011 경상북도지사배 전국컬링대회 여자초등부에서 의성초교 A팀이 우승했고 의성초교 B팀과 의성남부초교는 3위를 차지했다. 남자 초등부에서도 의성초교가 준우승했고, 의성남부초교가 3위에 올랐다.
이날 컬링센터에는 원정 온 월촌초교 선수들의 학부모들도 모습을 보였다. 여자팀 나윤주(4학년) 선수의 어머니 박근미(34) 씨는 재일교포 3세라고 했다. 시집온 지 10년이 넘은 박 씨는 컬링 마니아로 적극적으로 윤주를 지원하고 있다.
"시집오기 전 일본에서 살 때 컬링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접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윤주가 컬링을 배운다고 하기에 건강과 공부에 모두 도움이 될 것 같아 뒷바라지하고 있어요."
박 씨는 "컬링대회 때 제가 일본선수단을 통역하는 것을 본 윤주가 '컬링선수로 활동한 뒤 스포츠외교관이 되겠다'는 말을 했다"며 "아직 어린 만큼 컬링선수가 되는 것을 강요하진 않겠지만 컬링을 배운 후부터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 흐뭇하다"고 좋아했다.
안동 길주중 윤정기 교사는 컬링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의성스포츠클럽 소속인 의성여중 컬링 팀을 전국동계체전 3연패로 이끈 윤 교사는 올해 길주중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학생들을 모아 클럽을 찾고 있다. 윤 교사는 클럽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지원 끊겨도 클럽의 미래는 있다
의성스포츠클럽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끊겨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 더 큰 시련도 이겨냈다"며 "앞으로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 속의 스포츠클럽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의성스포츠클럽이 비록 농촌지역에 있지만 세계 대회가 열리고 세계인들이 찾는 국제적인 클럽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2010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2009년에는 캐나다와 스코틀랜드, 스위스 컬링 팀이 이곳을 찾아 전지훈련을 했다. 이달 중에는 호주 청소년대표팀의 전지훈련이 예정돼 있다.
김 회장은 클럽의 국제화를 위해 동북아 한'중'일 컬링대회 창설과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한'중'일 컬링을 대표하는 의성과 중국 하얼빈, 일본 나가노의 컬링 팀이 교류전을 갖는 방안을 경상북도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대회가 마련되면 컬링을 통한 이들 지역 간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김 회장은 "유럽의 선진 스포츠클럽이 100년의 역사를 지닌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스포츠클럽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어렵게 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잘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의 의성스포츠클럽 사무국 054)834-9555.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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