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 관계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북한 내부의 혼란한 상황 때문에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종교단체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새터민들이 국내 정착을 안정적으로 하도록 일반가정숙박체험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천주교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신부)는 10여 년 전부터 '새터민 가정숙박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천주교 신자들을 만나 숙박체험 후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분명히 포용해야 하는 대상" =대구 윤일성당에 함께 다니는 이태옥(64'여'서구 평리동) 씨와 김영식(61'여'달서구 두류동) 씨는 지난 12월 8, 9일 1박 2일 일정으로 새터민 가정숙박체험에 참가했다.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하나원 160기 40대 새터민 여성을 초청해 1박 2일을 같이 지낸 것. 40대 여성 새터민은 이들과 함께 지내며 이 씨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40대 여성 새터민은 북한에서 개인 장사를 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국으로 이탈했고 중국에서 8년 동안 매장 판매원 등을 했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등 어느 정도 한국 사정을 아는 인물이었다.
이 씨는 "새터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새터민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터민과 함께 서문시장과 대형마트 등을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워낙 조심스럽고 자칫 이야기를 잘못 꺼내면 상처를 받을까 봐 많은 것을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다음날 아침 식사 때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고 한다. 이 씨는 "그녀는 언론을 통해 나오는 북한 이야기가 크게 틀리지 않다고 했다. 배급이 잘 이뤄지지 않아 동네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상당수 있고 젊은 사람들이 당국으로 많이 잡혀가 시골에는 노인들이 대다수라고 이야기하더라"고 했다. 이어 이 씨는 "우리나 새터민이나 정말 똑같은 사람이더라. 이번 체험을 통해 앞으로는 새터민을 만나면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씨 또한 느낀 점이 많았다. 김 씨는 "새터민들이 처음에는 마음이 단절돼 있어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심신이 지쳐 보였지만 같이 지내보니까 똑같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서글프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야경이 아름다운 국채보상공원에 데려갔는데 좋아하면서도 전기료 낭비를 걱정하더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 씨는 "체험을 통해 같은 민족으로 우리가 분명히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박 2일 일정 너무 짧아 아쉬워=월성성당에 다니는 성춘자(54'여'달서구 송현동) 씨는 4년 전쯤 두 차례에 걸쳐 새터민 가정숙박체험을 경험했다. 그녀와 1박 2일을 같이 지낸 한 40대 여성 새터민은 갖은고생을 했다고 한다. 북한을 탈출하고 나서 중국에서 나이 많은 중국 남자에게 팔려가다시피하다 도망쳤고 밀항선을 타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성 씨는 "여성 새터민과 밥을 같이 먹는데 한국 음식은 달고 진해서 잘 못 먹더라.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오이도 아까워해 껍질째 먹었다고 한다. 성 씨는 "그녀는 무엇보다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잘살 수 있는지 많이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25살의 여학생 새터민도 받았는데 그녀는 부모나 형제 모르게 탈북을 했다고 한다. 북한은 워낙 감시가 심해 가족끼리도 진솔한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성 씨는 "그 여학생은 대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돼 탈북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성 씨는 1박 2일 일정이 너무 짧은 게 아쉬웠다고 했다. 조언도 해주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새터민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하루는 너무 짧다는 것. 한편으로는 숙박체험을 통해 새삼 우리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성 씨는 "새터민들은 희망을 품고 한국에 오지만 주위 여건 때문에 정착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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