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아이 마음으로 사는 어른 많아 흐뭇…무거운 주제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

82편의 응모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산골짝 샘물처럼 맑은, 구들방 아랫목처럼 따스한, 고향 흙냄새처럼 질박한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 마음으로 사는 어른이 많다는 건 팍팍한 세상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 된다. 이 경우 글 솜씨는 둘째 문제다.

심사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모두 8편이었다. 김지원 씨의 '맨발의 동이'는 두 어린이의 갈등과 화해 과정에 나타나는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한 수작이지만 너무 흔한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참신함에서 멀어진 것이 약점이 되었다. 이경원 씨의 '악마의 소원'은 아이들 흥미를 끌 만한 소재와 박진감 있는 문장으로 서사의 힘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끝에 가서 교훈주의에 묻히는 바람에 그 빛을 잃어버렸다. 윤숙희 씨의 '박형진 따라하기'도 서사가 튼튼한 작품으로, 심도 있는 주제로 독자의 시야를 넓히는 데 이바지했음에도 새로움이 눈에 띄지 않아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는 느낌에 머물렀다. 김경숙 씨의 '혹'은 어린이 눈을 통해 본 어른들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가난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의 삶이 절제된 문장에 실려 감동을 주는데 다만 어른 취향의 서술이 눈에 걸렸다. 곽부강 씨의 '할머니와 잿빛 토끼'는 생생한 입말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가 마치 한 폭의 먹그림처럼 담백하게 펼쳐지다가 뒤로 가면서 줄거리가 엉키는 약점 때문에 아깝게 밀려나야 했다. 유은상 씨의 '네모 잘 그리는 아이'도 선입견을 깨뜨리는 소재와 주제의 신선함이 매력 있어 끝까지 심사자의 손을 떠나지 못한 작품이다. 감칠맛 나는 입말체 문장도 좋았건만, 끝에 가서 주제를 드러내는 서툰 방식이 점수를 크게 깎아먹었다.

이런 까닭으로 김진희 씨의 '오! 해피 봉순'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는 오랜 망설임이 필요치 않았다. 이 작품은 신인의 응모작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그 완성도가 높다. 처음부터 독자를 강하게 사로잡는 입담, 금방이라도 현실세계로 튀어나올 것 같은 살아 있는 인물 묘사도 돋보이거니와 서사의 재미 속에 무게 있는 주제를 녹여낸 역량도 놀랍다. 어른 갈등에 상처받는 아이와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주인이 바뀌는 강아지 처지가 절묘하게 대비된 것도 공감을 키우는 구실을 했다. 정색하지 않고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간 서술 방식도 이런 이야기에서는 유효해 보인다. 앞으로 아이들의 삶과 정서에 더 큰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현실에 대한 통찰력도 키워 세상을 놀라게 할 큰 작가가 되기를 바라고 또 믿는다.

심사위원 서정오(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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