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늬만 버핏세'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지난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국판 버핏세'는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만 꼴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는 당초 1억 5천만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8~40%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이 방안은 '2억 원 초과, 세율 38%'로 완화된 데 이어 다시 '3억 원 초과 세율 38%'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부자 증세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도 대폭 감소하게 됐다. 최종안에 따른 과세 대상은 전체 소득자의 0.17%에 불과한 3만 5천 명에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5천억 원이다. 이는 당초 안인 '1억 5천만 원, 38~40% 세율'을 적용할 경우의 기대효과(4만 4천~7만 6천800명, 5년간 5조 4천억~7조 1천억 원)를 크게 밑돈다. '무늬만 부자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부자 증세 법안 통과를 주도한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의 진정한 중도개혁 보수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전반적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한 친박계 의원은 부자 증세 법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했다"고 했다. 부자 증세를 하긴 했지만 상징적 차원 이상의 증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백이다.

이런 법안으로 한나라당이 서민 정당으로 비치기를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야무진 착각이다. 부자 증세를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이번 부자 증세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자 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한 것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이런 식이라면 민심 이반은 더욱 심해질 것임을 한나라당은 명심해야 한다.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올해 임시국회에서 제대로 된 수정안을 재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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