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선 수사과장, 조현오 경찰청장 사퇴 요구

일선 수사과장, 조현오 경찰청장 사퇴 요구

일선 경찰서 간부가 형사소송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대통령령이 잘못 제정된 책임을 지고 조현오 경찰청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 황정인 수사과장은 2일 오전 '경찰청장의 퇴진은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려 조현오 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찰대 출신인 황 과장은 국회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이 통과되던 지난해 6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에서 수사권 조정 실무를 담당했던 경정급 간부로 당시 형소법이 '개악(改惡)'이라며 반발했다.

'죽림누필'이라는 필명으로 경찰 내외부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왔던 그는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집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글을 지난해 6월에 올리기도 했다.

황 과장은 "조 청장이 지난달 28일 전국 수사형사과장 워크숍과 30일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에서 개정 형소법에 합의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발언을 하고도 자신이 그동안 수차례 공언한 바 있던 퇴진이라는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며 "청장의 사퇴는 자신이 행한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조 청장이 잘못했지만 그가 퇴진하면 차기 청장이 수사권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모른다는 대안부재론을 펴는 일부 경찰을 '궁물(국물의 속어: 국물만을 탐한다는 뜻)' 또는 '간신'이라고 규정하고 "양심을 팔아 청장을 구한 대가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장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이후의 수사권 추진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차기 청장이 수사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공안정국 분위기 조성에만 치중한다면 그때 거기에 대해 반발하고 비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까지 1천500여명의 경찰이 이글을 조회한 가운데 조 청장의 사퇴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선 경찰은 "지도자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책임을 지는 것은 순리이고 대안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말로 조 청장의 사퇴에 동조 의사를 표명했다.

다른 경찰은 "청장 사퇴가 자칫하면 자중지란을 예고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서 "형소법 개정을 두고 경찰 수뇌부가 어떤 로드맵을 내놓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며 반론을 제기하기로 했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현장 경찰이 대통령령 제정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 아니겠느냐"며 "경찰청이 공식적인 대응에 나설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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