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끝맺음과 새로운 시작의 미학

요즘 이런저런 경연대회 열풍이다. 그 중에서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완전히 바꾼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나는 가수다'이다. 출연하는 가수들에게는 피 말리는 순위 경쟁임에는 틀림없는데 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감성과 공정성, 독창성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대중예술보다 순수예술을 우선으로 생각해왔고 그러다보니 대중가요와는 거의 무관하게 지내온 필자로서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원곡의 형태와 정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롭게 해석하고 편곡하는 창작의 과정, 가사의 감정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려는 가수들의 몸부림에서 또 다른 예술의 감동과 경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990년대부터 시작된 케이팝(K-Pop)이나 한류 등 대중예술의 비약적인 발전 원동력이 단순한 경제력과 비주얼 혹은 댄스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자각하게 되었고 대중예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세계적인 케이팝 열풍 속에 사회비판적 기능이 커지게 된다는 뜻의 신조어인 '소셜테이너'도 개인적으로 단순히 청소년에 대한 대중문화로의 휩쓸림 현상으로만 받아들여왔다. 다시 말해 대중예술이 사회적 비판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고 지엽적인 현상으로의 고정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순수예술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에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수십년 간 고집하던 이런 고정된 관념이 해체되고, 내가 평소 추구하던 장르의 예술과 이를 행하는 예술인의 사고적 무장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당연히 그러는 것처럼 모든 연주자, 성악가들이 무대에 서기 전 자신이 연주하거나 불러야 하는 곡에 대하여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노력을 지금보다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2012년 새해에 해보는 나의 소망이다. 비록 그 마무리가 지난해는 미약했더라도 그것이 반복된다면 청중들은 예술인의 노력하는 모습에 환호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새해 소망이 하나 더 있다. 매년 12월 마지막 며칠 동안 각 공중파에서는 여지없이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수대상 등의 시상식을 진행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텔레비전에서 올해의 음악인상, 연극인상, 무용인상이 생중계되는 소망을 담아 본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에, 내후년에, 또 그 후년에라도….

나에게 끝맺음의 미학은 없다. 항상 새로운 시작의 미학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삶의 시작 방식이다. 예술인의 예술에 대한 욕심이 무한하였으면 좋겠다.

여 상 법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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