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 지역의 중견 자동부품 회사인 S사와 협력업체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날은 FTA 활용과 관련, 관세 혜택을 위한 원산지 증명에 대한 강의가 열렸다. 강의에 참여한 한 직원은 "원산지 증명을 위해 우리 제품의 HS코드를 납품업체에게 알려줘야 한다는데 수출 업체도 아닌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리고 HS코드라는 말도 처음 듣는다"고 털어놨다.
강사로 나선 김무용 관세사는 "업체들이 원산지 증명도 잘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전담인력을 둔 곳도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있지만 수출 업체마다 관세 및 원산지와 관련한 전문인력이 부족해 실무자를 구하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복잡한 원산지 증명
한미 FTA가 올 상반기 발효되면 자동차부품과 섬유 등 대구경북 주력산업은 관세혜택 등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수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원산지 증명'이란 복병이 버티고 있다. 관세혜택을 위해 원산지 증명이 필수이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박원호 본부장은 "한EU FTA와 달리 한미 FTA의 원산지 증명은 자율증명방식이기 때문에 기업이 일일이 준비해야 한다"며 "하지만 원산지 증명 방법과 기준이 산업별, 제품별로 다양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수출 전문가 역시 "원산지 증명과 관련해 12월 22일 우수사례를 발표한 대구텍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수개월간 준비하고서야 겨우 시스템을 완성했을 정도로 원산지 증명은 복잡하다"고 밝혔다.
대구상의 FTA활용지원센터는 원산지 증명과 관련해 자사제품에 대한 HS코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S코드는 상품을 국제적으로 통일된 분류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각국은 HS코드를 통해 품목별로 관세율과 관세양허, 원산지 등을 정한다.
하지만 지역 대다수 기업에게 HS코드는 낯선 존재다.
한 관세사는 "얼마 전 거래처에서 제품의 HS코드를 확인해 달라며 2천 개의 품목에 대해 자신들 임의로 분류해 우리에게 가져왔다"며 "엉망인 품목을 원래대로 바꾸는데 우리 관세사 2명이 6번씩 회사에 가서 일일이 분류하고 컨설팅과 교육을 해줬다"고 말했다.
◆지역 전문가 부족
업체들의 원산지 증명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은 전문 실무자가 부족한 탓이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관세 전문가인 관세사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자체 전문인력도 쉽사리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의 관세사무소는 총 18개로 전문인력인 관세사는 4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관세사 한 명당 평균 200~300개 업체의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셈이다. 익도관세법인 관계자는 "관세사가 지역의 모든 업체의 업무를 담당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컨설팅하면 회사가 스스로 시스템을 구축해 반복하면서 자체 관리 인력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최근 도입된 원산지관리사 양성 사업도 미흡한 상태다.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중소기업의 원산지 관리를 돕기 위해 '원산지관리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원산지 관리사 자격증의 경우 대구상의 FTA활용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3일간의 교육을 마친 뒤 시험에 합격하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대구지역에 원산지 관리사 자격증을 획득한 이들은 20명에 불과하다. 대구상의 FTA 활용지원센터 측은 "수출 업체마다 관리사가 한 명씩은 있어야 FTA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지금의 추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하루빨리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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