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폭우·늦더위…일상화된 이상기후
지구 온난화로 전세계 기후가 급격히 변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한파와 폭설·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수준을 넘어 막대한 인명을 앗아가고 농작물을 고사시키는가 하면 사상 유례가 없는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불러오는 등 큰 피해를 줬다.
기상청 등 관계 부처는 3일 함께 펴낸 '2011 이상기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상기후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비용이 2100년까지 2천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사계절 내내 짓궂은 날씨 =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1월부터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오면서 심상찮은 한 해 날씨를 예고했다.
삼한사온 현상이 사라지고 1월 내내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계속됐다. 1월 평균기온은 -4.4도로 1973년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세 번째로 낮았다.
최저기온이 -10도 이하인 날이 12.2일, 온종일 기온이 0도를 넘지 못한 날 역시 12.2일로 각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1월16일 부산의 최저기온은 -12.8도로 1915년 이후 96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2월에는 동해안에 나흘 동안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동해시에는 14일 눈이 102.9㎝까지 쌓이면서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봄철에도 짓궂은 날씨는 이어졌다. 4월 중순부터 잦은 비와 함께 저온현상이 계속되더니 5월에는 반대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29일 문산의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는 등 한여름 같은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이르게 찾아온 여름은 늦게까지 이어졌다. 9월 들어서도 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더니 15일에는 급기야 남부지방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는 폭염특보가 시행된 2008년 이후 가장 늦게 발표된 것이다. 대구의 낮 기온이 34.2도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이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9월 중순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름에는 찌는 듯한 무더위 대신 집중호우가 전국을 강타했다. 7월 9~10일 남해안 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를 시작으로 7월26~28일 중부와 경남 남해안 지방, 8월9일은 전라북도 지방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7월26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 587.5㎜의 비가 퍼부었고 27일 하루에만 301.5㎜가 내려 역대 하루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또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2일 제주도의 낮 기온이 26.4도를 기록했고 5일에는 서울에서 수은주가 25.9도까지 올라가는 등 때아닌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이른 여름과 함께 올해 가을이 사실상 실종된 셈이다.
◇산사태에 전국 정전 사태까지 = 지난해 찾아온 각종 이상기후 현상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무엇보다 날씨에 민감한 농업 분야의 피해가 가장 컸다. 과거 큰 비로 논밭이 침수되는 수준을 넘어 농작물이 얼어 죽거나 웃자라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1~2월 한파 때 비닐하우스와 인삼재배시설 등에서 545억2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상한파와 폭설로 전국에서 2조5천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난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봄철 저온현상으로 재배면적 3만1천㏊에 달하는 과일이나 밀이 못쓰게 됐다.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에는 오리와 닭 등 가축 37만 마리와 전복 44만 마리가 폐사했다.
7월말 집중호우로 65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55명이 다쳤다. 서울과 춘천 등 곳곳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 전국의 철도 215곳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올림픽대로가 물에 잠겨 운전자들이 차 안에 갇히는 일도 벌어졌다.
초가을에 이어진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에 걸쳐 순환정전이 실시됐다. 유례없는 전국 단위 정전에 곳곳에서 공장 가동이 멈추고 승강기에 사람들이 갇히는 등 각종 사고가 셀 수 없이 일어났다.
정부는 전세계가 함께 기후변화 대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이런 이상기후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비용이 2100년까지 2천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농업·산업·교통·에너지 등 분야별로 피해를 가능한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재해나 돌발적인 병충해에 강한 식량·원예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한 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에서 벗어나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사회 시스템을 저탄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경제·기술적 문제이고 궁극적으로는 산업의 국제경쟁력과도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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