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의점 '고민도 24시간'…업주들의 슬픈 현실

점포 지나쳐 경쟁 과열, 야간엔 취객·범죄 위험, 문 닫자니 위약금 걱정

비용부담이 적은 편의점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잘못된 상권 분석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비용부담이 적은 편의점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잘못된 상권 분석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편의점의 슬픈 현실'

대구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48) 씨. 일 년 전 편의점을 시작한 김 씨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월세와 아르바이트생 임금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김 씨에게 돌아오는 돈은 많아야 200만원. 장사가 되지 않는 달에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딸에게 생활비도 보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 씨는 폐업도 고민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본사와 계약 기간이 3년이 남아 있어 폐업 시에는 1천5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차라리 남은 기간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권리금 등 손해 보는 부분은 있지만 들이는 시간에 비해 장사가 너무 안 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창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지나친 경쟁과 잘못된 상권분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점한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4천513곳으로 하루에 10여 곳 정도가 새로 문을 열고 있다. 전체 수는 지난 2010년의 1만6천937곳보다 21.9% 증가한 2만650곳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편의점 수가 급증하는 것은 은퇴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투자금이 적고 운영에 따른 부담도 타 업종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 창업비용은 5천만~1억원(76㎡ 임차매장 기준)으로 다른 업종보다 창업 비용이 적다.

하지만 편의점 수가 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반경 200~300m 안에 10개가 넘는 곳도 있다.

대구 중구 동성로 금융결제원 반경 300m 안에는 10여 개, 달서구 모다아울렛 인근에도 12개의 편의점이 모여 있다. 이뿐 아니라 대학가,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브랜드별로 편의점 여러 개가 모여 있다.

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 모(55) 씨는 "내가 편의점 문을 연 5년 전에만 해도 근처에 우리 가게밖에 없어 한 달 수입이 500만~700만원 정도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편의점이 4군데라 수입도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편의점의 특성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점주들도 있다.

야간에는 취객들이나 범죄자들에게 노출돼 있는 안전상의 문제와 함께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갈수록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대구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58) 씨는 "역 인근은 밤이 되면 취객이 많아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가 없다"며 "아내와 둘이서 가게를 지키다 보니 힘이 들어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때와 달리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비싼 위약금 때문에 폐업은 쉽지 않다.

브랜드와 계약조건별로 위약금이 다르기는 하지만 6개월 이내에 폐업을 하면 본사에 5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편의점 문을 닫은 문정수(59) 씨는 "위약금이 무서워 장사가 안되는 가게를 4년이나 끌어왔다"며 "편의점 창업이 많이 늘고 있다는데 본사의 말만 듣는 것보다는 창업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상권분석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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