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한 마리에 8천원이라니 너무 비쌉니더. 1천원만 깎아주이소.""세 마리 사시면 2만2천원 해드릴께예. 더 이상은 못 깎아드립니더."
3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생선가게 앞. 1천원이라도 더 깎으려는 손님과 지갑을 열려는 가게 주인 사이에 흥정이 한창이다.
칠성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마분늠(66'여) 씨는 "손님들이 생선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는데 생선값은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다"며 "설을 앞두고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새해가 된다고 갑자기 생선가격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시장 상인들도 이런저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물가 탓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물가가 새해 벽두부터 끝 간 데 없이 오르고 있다. 칠성시장에서 1년 전 한 손에 8천원하던 국산 자반 고등어가 1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지난해 1만2천원하던 침조기도 1만5천원에 팔리고 있다. 땅콩은 1㎏에 8천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원가량 올랐고, 오이(취청) 1개에 1천원하는 곳도 있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일찌감치 설 장을 보러 시장을 찾은 김부대(72'여'서구 비산동) 씨는 "설이 되면 손주들 용돈도 챙겨줘야 되고 돈 쓸 일이 많은데 시장 물가가 너무 비싸 장보기가 겁난다"며 "애들도 먹고사는 게 힘든데 용돈 달라고 손내밀기도 미안하고, 해가 가면 갈수록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걱정이 많다. 서구 내당동에서 16년째 생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열(54'여) 씨는 "손님용 반찬으로 쓰는 땅콩이나 도토리묵이 예년보다 1천~2천원 정도 오른 것 같다"며 "지난해 구제역 때문에 가게에 손님이 많이 끊겼을 때도 잘 이겨냈는데 이렇게 계속 물가가 오르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이 타격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40) 씨는 "영어학원 하나만 보내도 교재비까지 더하면 20만원 정도 든다. 두 아이 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150만원 정도 되는데 매년 이렇게 학원비까지 오르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며 "소박한 새해 소망이 있다면 올해는 아이들 학원비가 안 오르는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고물가 행진은 올해도 숙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11년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3.5%, 하반기 3.1%로 연간 3.3%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자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품목마다 물가 상한선과 담당자를 정해 실명으로 관리하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도입하라고 2일 내각에 지시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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