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가 도시를 살린다] 2)문화도시로 탈바꿈한 청주

담배냄새 전 연초제조창, 세계 공예 중심지로 꽃피우다

청주시는 10년간 방치된 연초제조창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열어 국내 최초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청주시는 10년간 방치된 연초제조창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열어 국내 최초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디자인'을 집중 조명해 미술계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북 청주의 상당구 내덕동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연초제조창이 있다. 10년 가까이 방치되었던 탓에 청주에서도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꼽혔다. 주변 시민들은 연초제조창에 발목이 묶여 개발이 되지 않고 있어 연초제조창에 대한 원망이 컸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연초제조창을 청주시는 공예비엔날레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린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는 40일간 관람객 42만 명이 다녀갔다.

비엔날레는 65개국에서 3천200여 명의 작가가 참가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공예축제로 열렸다. 국내 첫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 버려진 연초제조창을 전시장으로

KT&G 청주 연초제조창은 1946년 지어진 9만㎡(2만7천여 평) 규모의 우리나라 최대 담배공장이다. 담배 주산지인 충북의 물량을 모두 소화했기 때문에 한때 3천여 명의 직원이 근무해 한 해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할 정도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다가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1999년 청주 연초제조창 폐쇄결정이 내려졌고, 2004년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황량한 건물로 도심지에 10년 가까이 방치돼, 도심의 슬럼화가 진행되었다. 청주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의 하나가 되었던 것.

청주시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공예비엔날레를 이곳에서 열기로 한 것. 1999년 15개국의 작가가 참가했는데 올해 65개국 3천200여 명의 작가가 참가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국내 작가까지 합하면 총 4천500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장 면적 2만7천여 평 가운데 7천여 평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이 규모는 공예 부문 전시로 세계 최대 규모다.

국내 첫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를 통해 이 담배공장이 세계 최고수준의 문화공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행사 기간 중 청주를 다녀간 20여 개국 미술전문가 500명은 담배공장을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활용한 것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유럽의 오르세미술관이나 테이트모던보다 더 좋은 아트팩토리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탐 핑커피어 미국 퀸즈미술관장은 "높고 넓은 공간과 두터운 바닥, 그리고 잘 보존된 노출콘크리트 등은 미국과 유럽의 어떤 문화공간보다 훌륭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은 "해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장전시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연초제조창을 2011 최우수 공공건축대상으로 선정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종료됐기 때문에 향후 버려지고 방치된 건물에 문화콘텐츠를 담는 공간 활용이 정부의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초대국가는 '핀란드'. 디자인 강국 핀란드의 공예 작가 160여 명이 참가해 860여 점을 전시했다. 애초 초대국가 전시에 숙박 등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해당 국가에서 예산을 들여서라도 비엔날레에 참가하고자 한다. 베니스비엔날레와 같은 형식이다. 주최 측에 의하면 이제 초대국가에 선정되기 위해 각 나라 별로 노력을 기울인다는 후문이다. 차기 행사의 초대국가 선점 경쟁이 치열해, 현재 5개국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쯤 되면 국제적으로도 지명도를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시민들의 참여

이번 공예 비엔날레를 치르면서 시민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시민 홈스테이를 진행해 70개 가정에서 120명의 외국인을 숙박시키고 비엔날레를 비롯한 청주권 관광을 자발적으로 안내하는 등 훈훈한 인심을 선사했다.

20명의 시민 도슨트는 20주간 교육을 받아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꼼꼼한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80명의 운영요원도 전시장 안팎에서 친절한 안내를 맡았다. 이와 함께 연인원 1천600명의 시민 자원봉사자가 행사장 안팎에서 교통질서, 청소 등 다양한 지원활동에 나섰다.

특히 비엔날레 행사장이 위치한 내덕2동 주민 100명은 자발적인 자원봉사대를 발족, 3개월여 동안 행사장 주변에서 내 집앞 청소, 불법 주정차 단속 등에 나섰다. 특히 사탕데이, 정 나누기 데이를 열어 관람객 6천 명에게 사탕과 초코파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시영 청주 내덕2동 통장협의회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 10년 가까이 방치돼 마을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 청주시의 적극적인 의지

청주시는 380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KT&G로부터 구입했다. 이번 비엔날레 행사에는 총 사업비 60억원이 들어갔다.

이로써 청주는 '연초제조창=청주'라는 이미지를 전국에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공장건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조명, 온도와 습도, 휴게공간, 장애인시설 등 편의시설을 보완해야 하고 10년 가까이 방치됐던 조경 및 디자인도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9만여㎡에 이르는 공장 건물을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공장 건물을 보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청주시는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미래지향적인 문화 콘텐츠를 담기 위해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연구용역 및 국가정책사업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담배공장을 보존하고 문화공간화하며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콘텐츠를 담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면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청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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