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내려 보낸 내사'진정 사건 등을 경찰이 접수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1일부터 시행된 이후 사흘째인 4일까지 전국 10곳의 경찰서가 검찰의 내사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수성경찰서와 성서서, 인천 중부서'부평서, 전주 덕진서가 검찰의 진정'내사 사건 접수를 거부한 데 이어 4일에는 대전 대덕서, 충북 음성서, 서울 금천서'동대문서'서초서가 가세했다.
경찰이 접수를 거부한 사건들은 공사 소음피해 보상금 횡령 의혹,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자기 명의 통장이 악용됐다는 진정,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진정 등 대부분 서민들의 삶과 경제에 직결된 것들이다.
대구지검에 공사에 따른 소음피해 보상금 횡령과 관련해 진정을 낸 박해득(65'수성구 파동) 씨는 "억울함을 확실하게 풀어보겠다고 경찰이 아닌 검찰에 진정을 냈는데 서로 사건을 떠넘기고 있어 화가 치민다"고 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내부적으로 밥그릇 싸움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국민의 억울한 점을 우선적으로 풀어주고 싸워야 할 것 아니냐. 국민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은 뒷전이라는 게 더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법조계에서도 검'경이 범죄 척결과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이번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지역 한 변호사는 "새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의 검찰 내사 사건 접수 거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관망만 하는 검찰의 자세도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검찰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이런 혼란을 수습해야 애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검사는 "경찰이 계속해서 검찰의 내사 사건을 거부하는 마당에 검찰까지 가만히 있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대검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지검에서는 진정'탄원 사건 중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되면 주임검사의 판단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