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천원짜리 먹는데 주차료 내라면 누가 오나"

범어천 복개도로 새해부터 30분당 600원 징수…상인들 반발

대구 수성구청이 2일부터 범어천 복개도로 노상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하자 이곳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낮부터 밤까지 붐비던 이곳이 아주 한산해졌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청이 2일부터 범어천 복개도로 노상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하자 이곳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낮부터 밤까지 붐비던 이곳이 아주 한산해졌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4일 낮 12시 대구시 범어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뒤편 범어천 복개도로. 값싸고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난 식당이 밀집된 곳이다. 평소 밤낮없이 택시와 승용차가 이중, 삼중주차를 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인데도 식당 앞에는 승용차가 평소의 절반밖에 안 될 정도로 한산했다.

한 식당 주인은 "이곳 노상주차장이 유료로 바뀐 탓"이라며 "대부분 4천원짜리 식사를 하려고 오는 사람이 주류인데 주차비를 내라고 하면 누가 오겠느냐"고 불평했다.

대구 수성구청이 새해부터 신천시장에서 어린이회관 삼거리에 이르는 범어천 복개도로의 노상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하면서 주변 상가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구청은 신천시장~수성새마을금고까지 1주차장(130면), 범어교회~대구지방고용노동청까지 2주차장(72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어린이회관 삼거리까지 3주차장(128면)으로 구분해 유료화한 뒤 민간사업자에게 관리를 위탁했다. 위탁받은 민간사업자는 30분에 600원씩 주차료를 받고 있다.

노상주차장 유료화 조치로 상가들이 밀집된 2주차장 인근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먹고살기가 힘든데 구청의 이번 조치는 주변 식당들을 존폐위기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범어천 복개도로 유료화 후 상인과 주차료 징수원 간 몸싸움도 빈발하고 있다. 4일 오후 5시쯤 이곳 한 식당 종업원과 주차료 징수원 간 주차장 사용 문제로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이 지역 식당들은 가격이 저렴해 서민이나 택시기사들이 주로 찾는데 이들이 주차료를 내면서까지 이곳에 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상인들은 고육지책으로 고객들의 주차료를 대신 지불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손님이 끊겨 힘들어하고 있다. 유료화로 전환된 2일 한 식당은 주차료만 9만원이나 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범어복개천상가번영회 안호찬(38) 회장은 "주차장이 유료화되면서 손님이 20% 줄었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 도와줘야 할 구청이 오히려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식당 주인(54'여)은 "쪽박 차게 생겼다. 식사 한 끼가 대부분 4천~5천원인데 주차비까지 내며 오는 손님이 있겠느냐"며 "구청은 이곳의 주차난 때문에 유료화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동안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주차요원을 고용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업주들이 식당 앞 도로에 이중주차를 하거나 심지어 삼중주차까지 하면서 동네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고, 민원도 끊이지 않아 유료화 전환이 불가피했다"며 "민간사업자가 식당들과 협의를 거쳐 주차료를 낮췄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들은 협조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알려왔습니다=범어천 복개도로 노상주차장 유료화 기사(매일신문 5일자 4면 보도)와 관련해 2주차장 민간사업자는 6일 "유료화 시행 첫날 한 식당으로부터 주차료 9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식당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전혀 사실과 다르다. 식당 직원과 주차료 징수원이 시비가 붙은 것도 징수원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이다. 또 주차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당 고객들에 한해 30분에 500원(애초 600원)으로 할인해서 받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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