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둘러싸고 갈등 논란을 빚고 있는 비대위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4월 총선 패배의 우려 속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출범한 비대위가 '공천 물갈이' 논란에만 매달릴 경우 당 쇄신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당 쇄신과 관련해 주로 인적 쇄신과 물갈이 등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 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분과별로 논의된, 준비된 쇄신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심층적 논의가 이뤄지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추진하는 쇄신과 변화는 정책 기조와 방향을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는가, 잘못된 정치 관행을 어떻게 타파하는가,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어떻게 넓혀가는가 등과 관계있다"며 "좀 더 알찬 쇄신책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공천 개혁과 관련해선 "어느 한 개인이 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치개혁 원칙의 문제이고 비대위에서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 관련 5% 룰을 비롯해 어떤 문건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내용은 물론이고 문건이 있는 것조차 몰랐다"며 "검토된 적도 없는 문건이 마치 비대위에서 나온 의견인 것처럼 나도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과 분란만 만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 회의에서는 당 정강'정책의 전문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를 향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대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보다 새로운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하기로 했다.
권영진 위원은 브리핑에서 "정치경제 상황의 변화와 시대정신,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서 새롭게 보안'개정하기로 의견을 수렴했다"며 "보수라는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과 유지하자는 의견이 모두 개진됐지만 국민 여론을 수렴하면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날 김종인 비대위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말을 넣느냐 안 넣느냐는 의미가 없다. 보수라는 얘기를 하면 젊은 층에서는 '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그는 "스스로 '나는 보수다'라고 찍는 정당은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에서 존재가 불가능하다"며 "'보수' 같은 이념적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도 했다. 지난 2006년 1월 9일 개정된 한나라당 정강'정책 전문에는 '새로운 한나라당은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 온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원회' 인선도 확정했다. 국민검증위는 위원장인 이준석 비대위원과 당내외 인사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 각 분과위원회별로 당의 기존 인재 영입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보고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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