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제작 환경에 대한 고민

한 해가 새로 시작되니 희망을 다짐해야겠지만 졸업을 앞둔 제자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영화라는 전공의 특성상 졸업은 곧 가난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건강보험과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영화현장으로 가거나 4년 동안 배운 전공과 전혀 무관한 취업을 선택해야 한다. 오죽하면 모 대학 영상학과 작품발표회 자료집의 학과장 인사말이 5년 내내 '춥고, 고독하고, 어려워지고' 등의 단어로 채워져 있겠는가.

이런 현상의 원인은 한국영화시장 자체의 규모에 있다. 한국영화는 꾸준히 세계 10위권 이내에 안착해있지만, 내수시장의 규모 자체가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우리나라의 인구 자체가 영화시장을 확대하기에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화를 수출하는 할리우드도 손익분기점이라 부르는 소위 '본전'은 자국시장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시장 규모의 한계로 한 해 제작되는 평균 100편의 한국영화 중 10편 정도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나머지 영화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진입하게 될 고령화 사회는 이런 어려움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몇 해 전 일본의 도쿄 시부야에서 본인의 영화를 상영할 기회가 있어 극장을 방문했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낮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극장 관객의 80%가 중장년층이었던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노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의 사례가 곧 국내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해 볼 수 있게 한다. 한국영화시장의 주요 관객층이 20대라는 사실과 젊은이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의 영화산업이 더 어려워질 것을 예고한다.

그렇게 산업 자체가 영세하다면 굳이 이를 육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가진 문화적 속성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한류'를 통해 경제성장이나 대외홍보활동 못지않게 문화를 전파하고 구축하는 일이 국가 브랜드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산업노조는 6개월 이내의 단기 계약직인 영화제작진에 대한 보험적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제작을 위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글을 쓰는 중에도 신년이라고 현장에 진출해 있는 제자들의 문자가 여럿 전송되고 있다. 만나서 밥부터 사줘야겠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영화면 새 필자 김삼력 교수=이번 주부터 영화면을 김삼력(사진)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가 맡습니다.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동국대 영상대학원 영화영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종합예술학교 방송영화예술학부 교수를 지냈습니다. 영화 '아스라이', '우리 만난 지 1년 되는 날', '하얀 나비', '러브 콜' 등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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