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술한 개인 정보 보호, 겉도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폐문서들이 파기되지 않은 채 시중에 함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예 자루째 고물상에 넘겨지는 이런 폐문서들은 대부분 금융기관과 보험사, 학교, 병원 등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민감한 개인 정보를 허술하게 취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니 여간 놀랄 일이 아니다.

개인 정보 보호와 개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해 9월 말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전면 시행됐다. 현행법상 개인 정보를 파기할 때 전자파일의 경우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영구 삭제하고 기록물과 서면 등은 파쇄나 소각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들의 인식이 아직도 낮아 서류를 파기하지 않은 채 통째로 내다버리는 바람에 개인 정보가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이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이런 폐문서에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번호, 인감도장 날인까지 담겨 있다. 가족상황과 학업 성적이 담긴 학교 생활기록부나 주민번호'처방 약품 등을 기록한 병원 처방전 등도 눈에 띈다. 만약 자신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담은 서류가 시중에 함부로 나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올해부터 병원 진료 내역서 등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때 개인 정보 보호 의무를 명시한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처방전 등이 종이값에 팔려나가고 있다면 개인 정보 보호는 그야말로 헛구호다.

고물상으로부터 개인 정보가 담긴 문서를 사들이려는 시도까지 있다니 개인 정보가 범죄나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될 소지는 충분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각종 문서는 철저히 파쇄해 함부로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각급 기관들의 각성과 인식 제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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