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회사동료들과 수성구 한 음식점을 찾은 최정호(51) 부장은 한우 안창살 100g에 3만원이란 가격표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간만에 부서 신년 회식을 위해 찾은 이 자리에서 최 부장은 60만원이 넘는 음식값을 지불하고 난 뒤 다음 회식을 위해 다른 식당을 물색하고 있다.
최근 남구의 한 음식점을 찾은 김영현(32'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여전히 비싼 한우 가격을 보고 마지못해 사먹었지만, 다음에는 쉽게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2010년 11월 말 구제역 이후 한우값이 크게 내렸다. 1년여가 지난 1월 현재 한우 송아지값은 당시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축산농들은 소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사료값은 날로 높아져 울상이다. 그런데도 도심 한우 소비자가격은 1년 전 그대로다. 구제역이 종식된 직후 소비자가격이 7천원가량 내리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소값 폭락 이전 가격으로 다시 오른 것이다.
한우 최대 산지인 경북지역 산지가격과 도매가격은 지난 1년 사이 20%에서 60%가량 급락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600㎏ 기준 암소의 경북 산지가격은 2010년 말 490만원에서 2011년 말 368만원으로 떨어졌고, 도매시장 경매가(1㎏) 역시 2010년 말에 비해 27%가량 하락했다.
한우의 산지가격은 크게 하락했지만, 시중 음식점과 유통점의 소비자가격은 그대로여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대구 중구 동산동의 A음식점은 생갈비 1인분(200g)이 2만2천원으로 구제역이 있었던 2010년 12월과 같은 가격이고, 수성구 황금동의 B음식점 한우 꽃등심 1인분(120g)은 1만5천원으로 1년째 같은 가격이다. 안동시 운흥동 갈비골목 식당에서도 한우 생갈비 1인분(200g)에 1만8천원 정도로, 지난해 구제역 여파 이후 소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2년 이상 소비자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안동 갈비골목 상가 주인들은 "유통업자를 통해 공급받는 고기값이 예전과 똑같아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야채나 양념류 등 부대비용이 올라 값을 올려야 할 형편이다"며 하소연했다.
대구지역 음식점 주인들도 "산지가격이 내려도 중간상인을 통해 들어오는 원가는 큰 차이가 없어서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며 "거기다 가게 월세와 인건비, 채소값이 계속 올라 오히려 이윤은 더 줄어드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자 가격 제자리걸음 현상을 복잡한 유통구조의 문제로 보고 있다. '농가→도축 가공업체→중간 유통업체(도매상)→정육점'식당'대형유통업체→소비자'의 5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것. 이 때문에 직거래를 통한다면 최대 40% 이상의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다.
농협달성하나로클럽 홍동기 실장은 "한우는 여러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가기 때문에 산지가격이 즉각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준호 경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유통구조가 복잡해 산지 가격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생긴다"며 "중간상인들이 산지가격이 떨어져도 식당에 공급하는 원가를 낮추지 않고 이윤을 챙기는 것도 소비자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다"고 분석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경제팀장은 "소비자들이 떨어지는 산지가격에 접근된 가격으로 접할 수 있게 유통단계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생산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농협 같은 곳에서 앞장서서 가격을 낮추고 원활한 소비를 위해 홍보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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