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평론을 위한 작품분석- (6) 균형과 조화

한 요소에 집착 않는 어울림의 시각이 작품 제대로 이해

연극평론을 위한 작품분석을 위해서 지금까지 말한 다섯 가지 요소들을 종합해 보려고 한다. 연극 작품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작환경을 이해하고 희곡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연출을 이해하고 연극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연극의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크게 봤을 때 이 다섯 가지 점들을 이해한 후에야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장단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다섯 가지 요소들을 다시 돌아본 후에 결정적인 여섯 번째 요소로 넘어가자.

먼저 첫 번째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 제작환경은 연극 제작진과 관객, 양쪽 모두 작품분석의 첫 번째 순서로 고려해야 한다. 제작환경은 연극 제작진에게는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연극평론가나 관객에게는 작품분석을 위해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을 이해하고 작품을 분석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연극의 제작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두 번째로 고려할 대상은 희곡이라고 말했다. 희곡이 연극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희곡의 창작배경, 작가, 주제, 소재, 구성 등 대본 자체를 분석하고 연구해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극평론을 하려는 전문가 혹은 마니아부터 연극제작을 하는 연극 종사자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나 연극을 분석하고 평론을 하려면 반드시 희곡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그런 다음에야 연극평론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주목할 대상은 연출이라고 말했다. 연출가는 희곡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 배우가 가진 능력을 그 작품 안에서 최대한 끌어올려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희곡과 배우의 능력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을 무대장치와 조명 등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릴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연출의 특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연출이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리고 있는지를 점검하면 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이해하고 있어야 할 대상은 배우라고 얘기했다. 관객이나 평론가는 무대 위의 배우가 제대로 훈련이 되어서 작품 안의 인물로 녹아들었는지, 다른 배우와의 호흡은 적절한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면 된다. 물론 다른 배우들과 작품 자체는 보이지 않고 특정 배우의 연기만 돋보이는 경우, 그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홀로 돋보이는 특정 배우 또한 뛰어난 배우이기는 하지만 훌륭한 배우는 아니다. 배우는 작품 안에서 빛나야 하며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얘기한 무대는 그야말로 연극의 과학이다. 하지만 다양한 과학적 요소가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무대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적절히 활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무대장치가 없어도, 화려한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별다른 음향이 없어도, 분장이나 의상조차 별게 없어도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연극의 모든 요소들이 그렇듯이 무대기술 또한 작품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있을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극평론을 위한 작품분석을 위해 반드시 고려할 여섯 번째 요소는 균형과 조화이다. 앙상블이라고 불러도 좋을 균형과 조화는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요소들을 모두 아우르는 얘기다. 그 다섯 가지 요소들이 따로 흩어지지 않고 한데 어울려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극제작진이나 평론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어느 한 요소에 집착하지 않는 어울림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작품 분석법이야말로 연극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며 양쪽 모두에게 꼭 필요한 필수요소인 것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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