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음식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콩'을 이용한 음식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콩을 나물로 키워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영양이 풍부한 채소로 계절에 관계없이 키워 먹을 수 있어 풍부한 식문화 발달에 기여했다. 또 전통장류와 두부는 내면성이 강인하고 인내심이 많은 한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토속식품이다. 두부는 외국인들에게도 아주 인기 있는 음식이다. 이외에도 콩잎을 이용한 김치 등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콩은 우리 일상의 삶과 문화가 스며든 세시풍속에 늘 등장하며 수많은 속담과 이야기 소재로 많이 활용된다. 정월에 콩으로 점을 쳐보는 '발퉁이' 풍습은 대보름 전날 저녁, 콩 12개에 12달을 표시해 수수깡 속에 넣고 묶은 뒤 우물 속에 넣어 콩이 붇는가 안 붇는가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던 풍습이다. '비둘기 몸은 밖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말은 먹을 것에만 정신이 팔려 온전히 다른 볼일을 보지 못함을 이르는 속담이며, '콩밭에 가서 두부 찾는다'란 속담은 지나치게 성급하게 군다는 말이다. 고 박완서 작가는 수필집 '두부'에서 출소자들이 두부를 먹는 이유에 대해 "콩으로 제조된 두부는 다시 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와 같이 다시는 옥살이 하지 말란 당부나 염원이 담긴 풍습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콩은 동북아시아 중 중국 만주지방과 한반도 지역이 원산지다. 한반도에서 콩이 재배된 것은 약 3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 청동기시대를 전후한 다수의 유적지에서 탄화콩이 출토된 것으로 봐서 당시에도 콩을 식량으로 사용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작물의 발상지를 추정하는 지표인 야생종은 한반도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런 콩은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의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웃나라 일본으로 전파되어 두부, 미소, 낫토 등으로 발전되었고, 인도네시아의 템페 등 전통식품의 원료로 정착했다. 18세기에는 서양에 전파됐으며, 특히 콩의 가치를 일찍 인식한 미국 정부와 선각자들은 미국이 세계 제일의 '콩 제국'이 되는 초석을 쌓아 1920~40년대 정부 주도의 증산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콩 생산과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로 확산됐다.
콩은 고기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농경사회에서 우리민족의 건강을 3천 년이나 유지시켜온 대표적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영양분의 40% 정도가 단백질로 '밭의 쇠고기'로 불릴 만큼 질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약 20%에 달하는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동맥경화, 노화방지,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작용을 한다. 그외에도 당질 20%, 섬유소 5.0%, 회분 5.6%, 펜토산 4.4%, 사포닌,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콩에 미량 들어 있는 사포닌은 날것으로 먹을 때는 단백질의 흡수를 방해하는 성질이 있지만, 익히면 불활성화되며 노화방지, 지방의 합성억제, 지방 분해촉진 작용이 있다. 비타민으로는 B1'B2'E가 가장 많은데 특히 비타민 E는 토코페롤로 항노화, 여성호르몬 보조 등 기능성분이 우수하다. 또 칼륨, 인, 칼슘, 철분, 나트륨,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질이 풍부하다.
콩으로 만드는 대표적 비발효식품 중 첫 손에 꼽히는 두부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으로 전파됐다는 설이 있다. 두부는 오래 전부터 영양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세계적인 웰빙식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순두부찌개'는 외국인들에게 아주 경이로운 음식이다.
두부는 콩을 불려 맷돌이나 믹서에 곱게 갈아 콩의 영양성분을 수용화해 착즙시켜 콩물(두유)과 건더기(비지)를 분리한다. 분리된 두유를 불에 올려 끓이는데 콩단백질이 응고되기 좋은 온도인 78~80℃에서 간수를 넣어 주면 영양성분들이 한 곳으로 모여 덩어리를 이룬다. 이것이 순두부다. 여기에서 수분을 빼고 덩어리를 단단하게 굳히면 두부가 된다. 두부는 단백질 50%, 지방 25%, 탄수화물 20%로 구성돼 있는 음식이지만, 95%의 높은 소화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량은 100g당 79kcal로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기도 한다. 콩에다 물을 줘 나물로 키워 먹는 '콩나물'은 비빔밥과, 각종 해물찜, 해장국 등 한국인의 음식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콩나물은 콩의 고유 영양성분뿐만 아니라, 발아과정 중에 줄기에서 생성된 비타민C, 아스파라긴산 같은 성분도 한몸에 담고 있어 영양적으로도 뛰어난 음식이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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