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족 이야기] 아이들을 사랑하게 만든 '연수'

아내는 참으로 어렵게 출산했다. 오랜 진통으로도 출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급하게 수술을 했고 땀이 범벅이 된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울지 못하고 정상적으로 호흡을 하지 못해 인공호흡을 시키고 있는 상태이니 좀 더 큰 병원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하셨다.

소아과 집중치료실에 옮기고 나서야 아기의 첫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작은 팔에 링거를 꼽고 있기는 했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 아내에게 보여 주었다. 마취에서 깨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아기를 찾았다는 아내에게 아기는 아주 건강하다는 거짓말을 했다.

아이의 호흡이 정상을 찾아갈 무렵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낮다는 것이었다. 태어난 지 이틀 된 그 핏덩이가 이름 모를 사람의 피를 수혈 받았다.

나는 아내와 아이의 병원을 오가며 그 1분의 면회시간에 아이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확인하고 기뻐하고 좌절하기를 수 일. 정말 피가 말라갔다.

아직 성치 않은 몸이지만 아기를 직접 보겠다는 아내와 함께 면회한 그날. 아기는 비로소 정상 수치에 달했다.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아이가 이제는 정상이라는 말을 듣는 그 순간 비로소 아빠가 되었음이 실감났다.

그렇게 '연수'가 우리 곁으로 온지 4년이 되었다. 연수로 인해 내 평범하던 일상다반사가 달라졌다.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더욱 책임감이 생겼고 학생들을 대하는 내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연수가 처음 내 곁에 왔을 때를 기억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이승재(대구 북구 칠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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