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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2012 새해와 새달이 힘차게 밝아 왔다. 2012년의 새해와 새달은 올 한 해 지구를 밤낮으로 비춰줄 것이다. 나는 신년이 되면 해와 달을 유난히 자주 쳐다보게 된다. 물론 기복의 의미가 많다. 낮에는 해에게 밤엔 달에게 올해는 꼭 용꿈 꾸게 해달라고….

해의 낮기운과 달의 밤기운은 음양의 조화와 변화를 통하여 만물과 인간이 통제되고 생산된다. 우주를 지속시켜 주는 이 음양의 원리는 위대하여 상징적인 의지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음양의 의미를 잘 나타낸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조선시대 민화로서 궁정화에 속하는 그림이다. 일월오봉도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07년부터 사용 지정한 1만원 신권 앞면의 배경 그림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민화의 기능은 주로 권선징악과 기복축사(祈福逐邪), 벽사(辟邪)와 같은 기원이나 소망 등 민간신앙적인 성격이 그 특징이다. 또한 효(孝)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일상생활의 도덕이나 윤리규범이 담겨 있는 것이 다수이다. 그래서 민화는 그 역할과 기능이 중요했다.

1983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민화걸작전'에 '일월오봉도'가 첫 전시되었다. 두 번째는 2003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개최한 '태평성대를 꿈꾸며: 조선시대 궁중장식화 특별전'에 출품되었다. 그러나 두 전시에서 그 명칭이 각각 달랐다. 명칭의 분류는 1970, 80년대 초창기 작자미상의 그림을 모두 민화의 범주에 넣었던 것이 오류였다. 궁중화는 임금을 위한 그림이어서 이름을 적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당대의 김홍도, 김득신 등의 쟁쟁한 궁중화원들의 솜씨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궁중화가 대체로 규범에 맞춰 그려진 그림이라면 민화는 자유로운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서로 다른 특성이 있다. 그러나 두 그림에는 작가미상이 많다는 점과 주제에 있어 공통점이 많다. 그래서 민화와 궁중화를 명칭의 오류라는 관점에서 조선시대 탁월했던 우리 그림을 새로운 명칭으로 수정'보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일월오봉도는 왼쪽에 달, 오른쪽엔 해가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구도를 하고 있다. 해와 달이 동시에 있는 것은 밝음의 덩어리로 하늘의 원리 즉, 음과 양을 의미한다. 오봉은 오행인 인, 의, 예, 지, 신을 두루 실천하라는 의미와 동, 서, 남, 북, 중앙 즉 오방의 표현이기도하다. 그림에서 중앙에 가장 큰 산이 우뚝 서고 좌우대칭으로 산세가 모아지며 그 사이로 두 줄기의 폭포가 우람차게 흘러내린다. 이 폭포는 바다의 물거품과 연결되어 온 누리를 적셔준다. 또 그림 양쪽에 자리하고 있는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기상대로 대대손손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일월오봉도에 등장하는 자연경물들의 상징들은 시경(詩經)의 '천보'(天保)라는 시 내용이다. 왕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일월오봉도가 있었다. 왕은 하늘의 이치를 본받아 백성의 태평성대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스스로 권고하였을 것이다.

2012년 새해 새달을 맞아 일월오봉도 같은 작품 하나 배경삼아 한 해 태평성대를 꿈꿔 봄이 좋을 듯하다.

변미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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