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문화 정책과 '문화창조발전소'

지난해 12월 21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한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 국제포럼'이 있었다. 논의의 전개는 대구광역시 문화예술과장의 '구 KT&G 창고 주변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한 경과 보고에 이어 경북대 건축학부 이정호 교수의 사회 아래 네 명의 발제자와 두 명의 토론자, 그리고 다수의 관중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의 논제는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전제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구 KT&G 창고'의 '문화창조발전소'로의 활용과 이를 바탕으로 한 '복합문화단지'의 조성과 함께 '구도심 활성화'로서 구도심의 재건과 정화를 목적으로 한 논의의 장이었다.

각각의 발제자들에 의한 논의의 주안점 면면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 논의는 이탈리아 베니스를 중심으로 거행됐던 '과거 건축물의 재사용과 재가치화'란 명제 아래 건축물의 '보존적 복원'이란 차원의 문화정책적 전개, 두 번째 논의는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이란 명제 아래 '구 KT&G 공간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단지 조성 과정', 세 번째 논의는 'Art/Videmo'(visual+design+mode)란 명제 아래 '건물이 지닌 공간적 활용성',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논의는 '도시'건조 환경'인간'이란 명제 아래 도시 환경의 조성이 '창의 도시'로 이행하기를 바라는 정책적 방향을 각각 제시하였다.

이들 각각의 논제가 세부적으로는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논제로서 '구도심 활성화'를 지향하였다. 이에 따라 각각의 주장들 속에는 몇몇 미비점을 도출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논의의 전제가 집약적이거나 집중적인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즉, 그 논의의 초점이 '구도심의 활성화'인지, 아니면 '복합문화단지 조성'인지, 그것도 아니면 '구 KT&G 창고'의 '문화창조발전소'로의 활용을 목적으로 한 논의였는지 명확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구 KT&G 창고'의 활용 방향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시점이라면, 이번 논의의 주제로서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에 대한 논의가 시의 적절할 뿐만 아니라 그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과정적 논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토론의 내용 면면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여전히 '구 KT&G 창고' 공간의 활용에 대한 결론이 명확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그 차후 논의의 전제라 할 수 있는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이나 '구도심 활성화'에 대한 논의는 가식적인 절차상의 요식행위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에 필자는 이미 '구 KT&G 창고'의 활용 방향이 '문화창조발전소'로 정해졌다면 어떤 정책보다도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이나 이를 통한 '구도심의 활성화'의 주체를 문화예술의 창출자인 예술가들에게 그 권한을 대폭적으로 부여하고, 그 이차적이면서도 최종적인 지향점으로서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이나 '구도심 활성화' 방향을 설정해 나감에 있어 예술가들의 창조적이자 문화 활성화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정책적 모색을 추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실질적인 입장에서 문화 정책의 활성화나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 및 '구도심 활성화' 정책적 요소들을 예술가들의 역량 발휘를 지원하는 기반시설의 조성이나 확립 및 그 제공에 두었으면 한다. 문화의 성립이나 활성화 또는 이를 저변으로 한 역내의 문화단지로의 활성화나 구도심의 활성화는 앞선 기반 시설들의 제공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요인의 제공자인 인적 자원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당연하다면 예술가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때만이 '구 KT&G 창고'라는 '문화창조발전소'로서 건물과 '구 KT&G 창고'가 있는 구도심의 '장소성' 및 문화와 구도심 활성의 주체이자 인적자원으로서 '예술가'들에 의해 문화적 '공공성'을 확립해 나갈 것이고, 소극의 목적으로서 '구도심 복합문화단지 조성'이나 '구도심 활성화'가 성공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홍준화/미학·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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