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폭력 뻔한 대책, 속편한 대구교육

파장 커지자 회의 법석, 툭하면 내는 '실태조사'…교사들 "대안 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사태의 시발지가 된 대구의 교육청은 보여주기식 대책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서울 등 다른 시'도 교육청이 발 빠르게 학교폭력 태스크포스(TF)를 조직, '공립 대안학교 설립', '가해자 강제전학 추진' 등 주목할만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대구시교육청은 과거의 학교폭력 대책을 재탕하거나 약간 손질한 수준의 대책만 내놓아 학교폭력 근절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사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0일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한 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유서가 공개되고 사회적 파장이 일자 26일 부랴부랴 교장, 교사 등 1천500여 명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학생 생활지도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방안에는 ▷학교폭력 실태 조사 ▷학교'학부모 간 비상연락망 유지 ▷방학 중 Wee센터 정상 운영 등 일상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지난달 29일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가 대구에서 열린 이후 대구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책들도 과거 대책의 재탕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대다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움터 지킴이 전 학교 배치 및 직무 교육 실시, 교내 CCTV 모니터링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교내 폭력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내놓던 대책이었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전시용 대책이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대안이라고 우려먹는 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상담 인력을 연중 438개 초'중'고교에 순회시키겠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상담순회교사 8명, 전문상담교사 30명에 불과해 상담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등 일반인 상담자원봉사자 350명을 선발해 3월부터 현장에 배치한다고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한 학기 1회에 그치는 데다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생을 앉혀 놓고 경찰, 변호사 출신 강사들이 한두 시간 강연하는 게 무슨 대책이냐"며 "일부 상담실 교사도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아 잡무 처리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형편인데 상담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도 겉돌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학교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는 모두 682건으로 가해 학생 수는 1천505명에 이른다. 피해 학생'학부모들은 가해학생의 분반, 전학을 요구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조치는 출석 정지 125명, 전학 57명, 퇴학 2명 등 12%에 그쳤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무턱대고 상담 인력을 늘릴 게 아니라 유명무실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부터 제대로 운영하는 식의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한 중학교 교장은 "하루빨리 학교와 학계, 관련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되는 전담팀을 만들어 다양한 얘기를 듣고 대응 방향을 잡는 게 우선"이라며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 지금부터라도 알맹이 없는 대책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20일이 다 되도록 대구시교육청이 이렇다 할 대책을 못 내는 것과 달리 서울시교육청은 발빠른 행보를 보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5일 각계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학교 폭력 가해 학생 강제전학 조치 추진 ▷위기 학생 상담능력을 갖춘 예비교사에게 교원 임용시 인센티브 부여 ▷교감 자격 연수대상자 선정시 생활지도부장 경력자에게 인센티브 부여 등 대책을 내놓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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