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구제역 휩쓴뒤 소값 하락 '설상가상'

르포 구제역 휩쓴뒤 소값 하락 '설상가상'

"구제역으로 가족같은 소를 30마리 넘게 땅에 묻었는데 어렵사리 다시 사들인 소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니 애가 탑니다."

안동시 북후면에서 소를 키우는 이모(58.여)씨는 최근 소값이 급락했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가슴이 꽉 막히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작년 초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애지중지 키우던 한우 30여 마리를 매몰처분했던 이씨는 아픔을 딛고 작년 여름부터 다시 송아지 30여 마리를 사들여 키우고 있다.

당장 우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1년여 뒤에 소를 내다팔 때까지 소값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보니 벌써부터 답답하다.

구제역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소값 파동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소를 다시 키웠나"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안동시 남후면에서 소 200여 마리를 키우는 김모(56)씨는 작년 초 구제역이 창궐하는 가운데서도 용케도 한우를 모두 지켜냈지만 소값 하락 사태에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김씨는 "구제역 당시 밤낮없이 방역에 나서 어렵사리 소를 지켜냈지만 소값 하락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설을 앞두고 키우던 소를 상당수 팔아야 하지만 구제역을 전후해 500만원 안팎이었던 소값(암소 600㎏ 기준)이 지금은 30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다 지난 2년 동안 사료값이 약 30% 올라 소를 키우는 비용이 갈수록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족같이 키우고 있는 소들에게 사료 공급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씨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소값 파동을 겪었지만 한미 FTA 등으로 가뜩이나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소값을 제대로 못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다보니 소 키우기를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축산농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안동지역은 재작년 말에 시작돼 작년 초까지 창궐한 구제역의 영향으로 지역 전체 한우의 70% 가까이를 매몰 처분하면서 축산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됐다.

그로 인해 한우 사육두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이번 소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는 축산농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상당수 축산농민들이 구제역의 아픔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소값 하락이라는 악재가 발생하면서 지역 전체가 무거운 침묵에 싸여 있다.

안동시의 축산 담당자는 "우리나라 전체로 봐서 한우가 적정 사육두수를 넘었기 때문에 소값 파동이 불가피하고 특히 영세한 한우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