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다른 인생 즐기고, 돈도 벌고…'투잡'의 달인 3인방

주업(主業)과 부업(副業). 주업은 주된 일이고 부업은 부수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업 하나로 생계를 유지한다. 치솟는 물가, 자녀들의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날로 궁색해지는 가계 형편을 고려하면 부업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부업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부업을 힘든 노동으로 생각하면 단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분야 중에서 부업거리를 찾으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새벽에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하는 일을 하고, 낮시간에는 주유소, 밤엔 편의점에서 일한다. 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가 없다.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경우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직업도 유지하기 힘든 시대에 제2, 제3의 부업을 하면서 경제적'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3명의 이웃을 만났다.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런데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비법은 없었다. 스스로 자신의 꿈과 재능을 찾아 그 속에서 일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1. 부업에 꿈을 담은 김성근 씨

낮엔 대구가톨릭대 시설관리팀 직원, 밤엔 태권도 사범인 김성근(40) 씨. 낮에 하는 일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만 밤에 하는 일엔 못다 한 꿈에 대한 열정이 녹아있다. 그는 오후 6시에 퇴근해서 곧장 태권도장으로 향한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제자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태권도 품새도 갈고 닦는다.

김 씨의 꿈은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 무릎 및 발목 부상에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태권도 사범 일은 부수입까지 안겨준다. 좋아서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부업이 된 것이다. "제 꿈은 소중하고, 그를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제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뿐 아니다. 김 씨는 마음만 먹으면 다른 부업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특별한 일이 생기면 곧장 수입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다. 굴삭기 운전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련 업체에서 중장비 관련 아르바이트를 요청하면 흔쾌히 일을 처리하고 보수를 받는다. 그가 가진 자격증은 무려 25개에 이른다. 스포츠 마사지, 운동처방, 경호지도사, 청소년 지도사, 심리상담사,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등이다. 여기에 무예도 뛰어나다. 태권도 5단, 합기도 2단, 용무도 4단, 검도 1단 등 모두 합하면 20단이다. 현재는 한국복지사이버대에서 청소년 보호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부업에 꿈을 담아보세요. 삶의 기쁨은 2배로 커질 것입니다."

#2. 웃음강사이면서 소 키우는 황무지 씨

어디에 쓰이는 사람인가? 한 사람의 '역할'은 다양할 수 있다.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 대구경북협회 사무국장인 황무지(46'본명 황신욱) 씨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는 웃음 레크리에이션 강사로서 대구 전역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업을 갖고 있다.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은상을 받을 정도로 노래실력까지 갖춘 그는 각 지역 축제 때는 요들송 가수로 변신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대경대 평생교육원 교수, 문화센터 기타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지런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황 씨는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경산시 하양읍 서사리에서 소를 키우는 부친의 축사를 다니면서 제대로 된 부업 하나를 발견했다. 부친의 축사에서 자신의 소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현재 1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매년 2천만~3천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부업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그의 부친은 웃음강사인 아들이 이제 그 일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대구시민이 웃고 건전하게 즐기는 놀이 문화공간을 만드는 일이 내게는 더 소중한 일이고 꿈이다"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이상 주업과 부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3. 제 2'3의 부업을 갖고 있는 박재문 씨

부업까지 '쓰리잡'(three job)을 하고 있는 박재문(47) 씨는 전체 수입 가운데 주업에서 50%, 제1부업에서 40%, 제2부업에서 10%를 올리고 있다. 박 씨는 스스로 부업 덕분에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돈 버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즐겁다는 것이다. 그는 1억원대의 장례전용 영구차(미국 포드사)를 소유하고 장례식이 있을 때마다 직접 그 차를 운전하고 있다. 이 일은 아주 조심스럽고, 특히 운전을 할 때는 조그만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유의한다.

부업을 할 때는 화려하게 변신한다. 30년 경력의 건반연주 솜씨를 바탕으로 예식장, 각종 이벤트 등의 분위기를 끌어올려 준다. 그를 잘 아는 이벤트 업체 관계자들은 박 씨가 다른 연주자에 비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를 우선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박 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 또 다른 부업거리를 만들어 냈다. 그는 노래방 기계의 신곡작업 및 수리 기술을 익혀 새로운 수입원을 개척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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